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레바논전에서 지휘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만족한다. 경기력도 좋았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 레바논전(1-0) 승리의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2일 이라크전 무승부(0-0) 뒤 첫 승리를 거둔 한국은 A조 6개 팀 가운데 이란(승점 6)에 이어 2위(승점 4)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최종예선 초반 두 경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1차 이라크전보다는 2차 레바논전에서 공격 전술의 다양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공격 횟수에 비해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은 이라크전에서 15개, 레바논전에서 20개의 슈팅을 했지만, 35개 중 딱 1골만을 생산했다. 공격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게중심을 뒤로 뺀 상대의 밀집수비를 제대로 뚫을 세밀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에서는 전진 방향의 패스가 들어가도 자주 끊겼다.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레바논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중원에서 단번에 넘기는 고공 패스나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변화를 주었다. 특히 드리블과 스피드가 뛰어난 황희찬(울버햄프턴)은 레바논전 측면 돌파 뒤 권창훈(수원)의 결승골과 연결된 크로스를 만들면서, 선수 개인의 일대일 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바둑판무늬처럼 촘촘히 늘어선 상대 수비를 깨기 위한 패턴 플레이도 더 정교해져야 할 과제다. 한국의 공격진은 레바논 진영의 좁은 공간에서 힐 패스나 약속된 플레이로 상대를 당황하게 했다. 하지만 템포가 빠른 만큼 실수도 나왔다. 선수들의 소집 기간이 짧은 만큼 이런 것들은 2차 예선 과정에서 패턴으로 만들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투 감독은 특정 선수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것이 축구 전문가나 팬들의 시선과 어긋날 때가 있다. 경기장에서 목적이 불확실한 카드로 선수를 쓰거나, 속도를 쫓아갈 수 없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선수 선발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은 안방 두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르면서 홈 이점을 누리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36위)은 이라크(70위), 레바논(98위)에 우위지만 큰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 이란(26위)은 8일 2차전에서 이라크를 3-0으로 이겼다. 10월 예정된 시리아와의 홈경기, 이란과의 원정 대결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중동 원정에서는 시차와 지형, 환경 탓에 우리가 가진 것의 70~80%밖에 할 수 없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잘 살펴야 하고, 공수전환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