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인천현대제철 감독대행. 대한축구협회 제공
“우리는 디엔에이(DNA)가 다르다.”(김은숙 인천현대제철 감독대행)
“언제든 우승할 준비가 돼 있다.”(송주희 경주한수원 감독)
한국 여자축구 WK리그 정상을 가리는 챔피언결정 2차전(19일 오후 6시·인천남동경기장·Sky스포츠 중계)을 앞둔 두 ‘여성 사령탑’의 출사표가 매섭다. 둘 다 ‘여자축구 1세대’ 지도자로 김은숙(46) 인천현대제철 감독은 팀을 정규리그 1위(17승1무3패·승점 52), 송주희(44) 경주한수원 감독은 2위(16승3무2패·승점 51)로 챔피언전 무대에 올렸다.
2009년 출범한 WK리그에서 여성 사령탑끼리 챔피언전에서 맞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16일 챔피언결정 1차전(1-1)이 팽팽했던 만큼, 2차전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정규리그·챔피언전 9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는 인천현대제철은 수성하는 입장이다. 골키퍼 김정미를 비롯해 수비의 김혜리, 임선주, 장슬기, 미드필더의 이민아와 이세은, 공격진의 최유정, 손화연, 외국인 선수 네넴 등 큰 대회를 경험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모두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관록을 자랑한다.
올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김은숙 감독대행은 “챔피언전에 들어서면 정규리그 때와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선수들의 태도에서 꼭 우승하겠다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 국가대표 골잡이 강채림이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했고, 5월에는 주포 정설빈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년간 빠져야 하는 등 전력공백이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선수들과 함께 생활해온 김 감독대행이 작은 부분까지 소통하고, 현장의 문제와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면서 팀이 단단해졌다. 모든 선수가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전력이 커졌다. 김 감독대행은 “미드필드 싸움에서 승패가 날 수밖에 없다. 안방 팬을 위해서도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정상에 도전하는 경주한수원은 불굴의 팀이다. 지난해에도 승점 1차로 정규리그 2위가 되면서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전에 나섰고, 올해도 승점 1차로 다시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왔다. 차돌 같은 느낌의 송주희 감독은 “경기를 더 뛰면서 피곤한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이 중요하다. 정신적으로도 더 강하게 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주한수원은 지난주 플레이오프 수원도시공사와 대결에서 전반 1-3으로 뒤졌다가 후반 5-4의 역전극을 일궈냈고, 16일 챔피언전 1차전에서도 막판 동점골로 뒷심을 뽐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몰라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최전방의 서지연과 외국인 선수 나히, 미드필더 여민지와 박예은, 강유미, 아스나 등의 발끝도 예리하다. 수비에서는 국가대표 간판 골키퍼 윤영글과 활동량이 많은 박세라와 정영하, 손다슬이 버틴다.
2년간 선수들을 지도해온 송주희 감독은 “우리는 현대제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 선수들이 결과보다는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경주한수원은 올해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2승1패로 현대제철에 앞섰다. 반면 현대제철은 8년간 챔피언전 왕좌를 놓치지 않은 전통을 자랑한다. 이제 또 ‘수성과 도전’의 쟁패가 벌어진다. 섬세한 용인술과 전술 능력을 갖춘 두 감독이지만, 한 명만 웃을 수 있다. 여자축구의 신흥 맞수인 두 팀의 대결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