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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나이지리아 선수처럼 골 향해 ‘고속 질주’ 해요

등록 2021-12-15 05:59수정 2021-12-15 11:20

[스포츠왓수다] 여자축구대표 핵심 공격수 최유리
현대제철 통합우승 9연패 결승골에 MVP
벨 대표팀 감독도 스피드와 저돌성 평가
“아시안컵, 통합 10연패 향해 갈래요”

필드에서의 모습: “빠르다.” “강하다.”

필드 밖의 모습: “발랄하다.” “투명하다.”

2021년을 최고의 한해로 장식한 최유리(27·인천 현대제철)의 이미지는 무한대다. 축구장에서는 ‘나이지리아 용병’으로 불릴 정도로 빠르지만, 축구장 밖에서는 변신한다. 그의 인스타그램 속의 등산과 여행, 카페 사진에는 발랄함이 있다. 엠제트(MZ) 세대의 ‘끼’ 못지 않게 순수함도 넘친다.

2021 WK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이며 국가대표 공격수인 최유리가 최근 한겨레TV <스포츠왓수다>에 출연했다. “달리기가 빨라서 초등학교 때 축구선수로 발탁됐다”는 그는 올해 챔피언전 결승골로 소속팀 현대제철의 정규·챔피언전 통합 9연패의 주역이 됐다.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둔 콜린 벨 감독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서도 핵심으로 부상했다.

인천 현대제철의 공격수 최유리는 여자축구 WK리그 챔피언전 최우수선수를 차지하고, 국가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떠오르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최근 한겨레신문을 방문한 그의 눈매에서 따듯함과 날카로움이 빛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인천 현대제철의 공격수 최유리는 여자축구 WK리그 챔피언전 최우수선수를 차지하고, 국가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떠오르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최근 한겨레신문을 방문한 그의 눈매에서 따듯함과 날카로움이 빛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는 “압박과 활동량”을 강조하는 벨 감독의 축구에 적합한 선수다. 역대 A매치 34경기 5골로 아직 대표 선수로서 갈길은 멀다. 하지만 “저돌적이고, 힘이 넘친다” 김은숙 현대제철 감독의 평가처럼 장점은 많다. 최유리는 “벨 감독이 고강도 얘기를 많이 한다. 90분간 부지런히 뛰는 체력적인 부분과 시점을 적절히 잡아서 들어가는 압박을 주문하기에 평소에도 준비를 많이 한다”고 소개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현대제철에 오면서 보강됐다. 최유리는 “내 스타일이 직선 스프린트를 주로 하고, 몸을 많이 부딪치는 것이다. 하지만 일자로 드리블만 해서는 안 된다. 1년간 많이 배우면서 더 세밀해졌다”고 말했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은 현대제철에서 훈련하면서 얻게 된 ‘외부효과’일 것이다.

이런 도약에는 그의 도전 의식과 결단도 한몫을 했다. 지난해까지 뛰었던 스포츠토토에서는 ‘만년 주전’이 보장돼 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급 선수가 즐비한 현대제철로 옮기면서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다. 최유리는 “정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운이 좋았다. 일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내게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은숙 현대제철 감독은 좀 다르게 본다. 그는 “유리의 성격이 스스로 기회를 만든 측면이 있다. 때 묻지 않고, 그렇다고 눈치 보는 일도 없다. 팀과 잘 적응하고 어울리면서 스스로 거둔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리그 개막골을 비롯해, 맞수 경주한수원전 결승골 등 주요 고비마다 득점포를 터트렸다.

인천 현대제철의 최유리.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인천 현대제철의 최유리.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자축구는 워낙 선수층이 엷어 서로가 잘 안다. 소속팀에서는 이민아 등 선배들을, 대표팀에서는 지소연(첼시) 등 유럽파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 그 가운데 지소연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수다. 최유리는 “지소연 언니는 정말 대단하다. 급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열린 뉴질랜드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는 최강의 전력으로 나섰으나 1승1패로 아쉬움을 남겼다. 1차전에 교체투입돼 맹활약한 최유리는 2차전 때는 선발로 나섰고 골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는 “2차 평가전 때 공격수로 득점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아시안컵 5위 안에 들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딸 수 있지만, 벨 감독의 ‘호언’대로 목표는 우승에 모여 있다. 그는 “호주 선수들은 피지컬과 스피드가 좋고, 일본은 공이 빨리 흐르는 플레이를 잘한다. 우리도 한 템포 빠르게 공간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현대제철의 최유리.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인천 현대제철의 최유리.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추효주(수원도시공사), 이정민(보은 상무), 조미진(고려대) 등 2000년대 생 선수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갈수록 선수 충원이 어려운 게 한국 여자축구의 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유리는 “최고 무대인 실업무대의 인프라가 커져야 한다. 좀더 많은 관중이 찾아올 수 있도록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자꾸 알려야 한다. 우리가 더 성장해야 어린 아이들이 축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즌이 끝났지만 내년 초 열리는 아시안게임 준비로 휴식일도 많지 않다. 대표팀이 소집되기 전까지 그동안 쌓였던 피로도 풀고, 카페도 탐방할 예정이다. 그는 “평소에 조용히 있다가 운동장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일도 있지만, 시간이 나면 이곳저곳 카페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라고 말했다.

승부욕이 강하지만, 그는 티 내지 않는다. 운동장에서 지칠 줄 모르고 뛰기 위해서 음식을 가려먹는 꼼꼼함은 영리함을 보여준다. 새해가 되면 아시안컵과 현대제철의 10연패를 향한 그의 각오가 더 예리해질 것이다.

그는 “엠브이피가 뭔지도 모르다가 현대제철에서 인기를 실감했다. 올 한해 많은 응원을 받고 행복했다. 내년에도 한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K리그 많이 보러 와 주시고, 봐 주시고, 응원 사랑해 주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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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프로듀서 | 이경주 김도성

취재/진행 | 김창금 김우석

기술 | 박성영

음향 | 사공난

카메라 | 장승호 권영진

색보정 / 종합편집 | 문석진

조연출 | 임여경

연출 | 이경주

제작 | 한겨레TV X 이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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