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6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 축구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그림같은 프리킥 골로 쐐기를 박은 뒤 환호하고 있다. 대전/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손흥민의 추가시간 결정타가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았다. A매치 100번째 경기에서 터진 통산 32호골. 손흥민은 역시 큰 경기에 강한 선수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피파 29위)이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칠레(28위)를 2-0으로 꺾었다. 지난 3월 이란전 이후 75일 만에 A매치 승리다.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던 벤투 감독은 2일 브라질전과 네 자리를 바꿨다. 손흥민(토트넘)을 최전방으로 올려세우고 지난번에는 교체로 뛰었던 나상호(서울)가 오른쪽,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왼쪽을 받쳤다. 10번(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들어왔고 수비진에는 김문환(전북)과 정승현(김천)이 새로 낙점받았다.
기동력과 조직적인 압박을 주무기로 하는 칠레는 경기 초반부터 한국의 후방을 부지런히 파고들었다. 하지만 벤투호는 ‘템포’를 되찾았고, ‘약간의 포지션 변화’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압박 대 압박으로 맞붙은 대결에서 한국은 승리를 거뒀다.
이미 지난 2일 브라질산 압박·탈압박 향연에 매운맛을 본 한국은 지지 않고 맞불을 놨다. 10번 정우영이 수비 가담과 공격 침투 양면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가져가며 공수의 연결고리를 했고, 황희찬과 나상호는 적극적인 경합과 돌파로 상대진영을 공략했다. 브라질전에서 후방에 수비 부담이 가중됐던 것과 달리 최전방부터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볼 줄기를 끊어내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축구대표팀의 황희찬이 6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있다. 대전/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균형을 깨는 장면도 근사한 탈압박에서 시작됐다. 전반 12분 정우영이 중원에서 칠레 수비진 두 명을 벗겨내고 따낸 공을 측면으로 연결했고, 황희찬이 왼쪽 벌칙구역 부근에서 안쪽으로 달려들며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 경기를 끝으로 군사 소집훈련에 들어가는 황희찬의 결승골이었다.
동분서주하며 공격을 이끌었던 ‘캡틴’ 손흥민은 이날 경기로 A매치 100번째 출전을 달성, 화룡점정을 찍었다.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얻어낸 아크 안 프리킥 기회에서, 절묘한 감아차기로 쐐기골을 터트리며 완승을 자축했다. 손흥민은 A매치 32골로 역대 최다골 6위에 올랐다.
경기 직후에는 손흥민의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직접 숫자 100이 새겨진 트로피를 손흥민에게 건넸고, 100이 새겨진 기념 유니폼, 손흥민의 사진 수백장으로 이루어진 기념 액자 등이 수여됐다.
한편, 현충일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는 호국 영령과 2002 한일월드컵의 주역이었던 고 핌 베어벡, 고 유상철 감독 등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담은 “기억해YOU” 카드 섹션이 펼쳐졌다. 전반 6분께는 국가대표 6번이었던 고 유상철 감독 1주기(6월7일)를 앞두고 장내 관중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대전/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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