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신한금융투자의 주장 조건휘(오른쪽)와 김보미. PBA 제공
형, 힘내!
1일 경기도 고양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2021~2022 단체전 후기리그 1라운드 신한금융투자와 티에스(TS)샴푸의 경기 6세트. 팀의 중핵 오성욱이 2이닝 한동우를 5-4로 앞서가는 순간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테이블의 공 위치를 확인하고 돌아온 주장 조건휘(29)는 특별한 말보다는 오성욱의 어깨를 주무르며 ‘기’를 불어넣었다.
오성욱이 어려운 공을 3쿠션으로 처리하고 두 개를 더 성공시키면서 7-4로 달아났고, 3이닝에 4개를 추가해 마감하면서(11-4), 신한금융투자는 세트 스코어 4-2로 귀중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팀원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저력의 신한금융투자는 올 시즌 전기리그(1~3라운드) 7위(5승8무8패)로 마감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세계적 수준의 마민캄을 비롯해 오성욱, 조건휘, 신정주가 있고 여자 선수 최고로 꼽히는 김가영과 김보미가 있음에도 성적을 내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후반기 첫 라운드인 이번 대회 들어 2승2무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전반기와 달라진 점은 그동안 오성욱이 찼던 주장 완장을 조건휘가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아우 신정주와 김보미를 제외하면 형과 누나를 모시는 입장인데,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선수들이 1일 경기도 고양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프로당구 단체전 티에스(TS)샴푸와 경기에서 이긴 뒤 좋아하고 있다. PBA 제공
조건휘는 이날 1세트 남자복식에서 마민캄과 함께 출전해 승리(11-8)를 합작했고, 4세트 혼합복식에서는 김보미와 호흡을 맞추며 티에스샴푸의 김남수-이미래 짝을 15-1로 완파하는 등 팀의 선봉 구실도 톡톡히 했다. 특히 조건휘와 김보미는 혼합복식에서 12개를 몰아치는 하이런으로 피비에이 통산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이런 상승세에 자극받은 형 마민캄이 5세트 김남수에 역전승을 거뒀고, 오성욱도 6세트 쾌승으로 승부를 갈랐다.
조건휘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주장 교체 효과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형, 누나, 동생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면, 성적은 따라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후기리그에는 1등으로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