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판단과 정확한 스트로크를 자랑하는 조재호. PBA 제공
작은 장군인가? 늘 자신감 있는 표정에다, 빠른 스트로크에서 힘이 느껴진다. 그래서 팬도 가장 많을 것이다.
조재호가 23일 경기도 고양의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1~2022 피비에이(PBA) 휴온스 챔피언십 4강전에서 다비드 사파타를 4-2(11-15 15-14 15-12 9-15 15-6 15-6)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조재호는 결승에 선착한 에디 레펜스와 대결한다. 둘 다 피비에이 개인전 첫 트로피를 노린다.
엔에치(NH)농협 소속의 조재호는 국내 당구의 최강자 중 하나다. 팬들은 그를 슈퍼맨으로 부른다. 하지만 단신이면서도 결의에 찬 모습은 ‘작은 장군’을 연상시킨다.
조재호는 이번 시즌부터 소속팀을 찾아 단체전에 출전했고, 개인전에는 지난 시즌부터 출전했지만 우승컵과는 기록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 6번째 도전 만에 정상을 노리는 위치에 올랐다.
이날 4강전에서 조재호의 뚝심이 빛났다. 조재호는 1세트 사파타의 완력에 밀려 11-15으로 뒤졌지만 2세트부터 역전극의 서막을 올렸다. 조재호는 2세트에도 사파타의 정교한 타법에 밀리며 6-14으로 뒤졌다. 사파타가 한 점만 더 따면 분위기는 완전히 사파타 쪽으로 흐를 수 있었다.
하지만 사파타가 1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여러 차례 공타를 기록하자, 조재호가 파고들었다. 조재호는 11점까지 추격한 뒤, 사파타의 공타가 이어지자 내리 4개의 포인트를 해결하면서 세트를 뒤집었다.
조재호는 기세를 몰아 3세트를 장악했고, 4세트에 바짝 힘을 낸 사파타에 물려 세트 스코어 2-2로 원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5세트 승리로 균형을 무너뜨린 뒤, 6세트에도 초반 뒤졌지만 서서히 힘을 내며 하이런(6점)까지 기록하며 12-5까지 달아났다. 이후 나머지 점수를 마무리해 대망의 결승에 진출했다.
조재호는 4강전 뒤 “첫 결승을 눈앞에 두고 긴장해 실수가 잦았지만, 2세트와 5세트에서 뒤집으며 이길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2세트 역전승을 승리의 계기로 봤다. 조재호는 “2세트에 몰렸을 때 지더라도 맥없이 무너지지 말고, 다음 세트를 위해서라도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려고 했다. 다행히 뒤집을 수 있었고, 그게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조재호는 “결승까지 올라왔는데, 우승해야겠다”라고 각오를 표했다.
앞서 열린 4강전에는 레펜스가 신정주를 4-3으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고양/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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