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에 일본어까지, 아니다 싶었어요.”
프로당구 피비에이(PBA·프로당구협회)가 최근 ‘당구 용어집’을 발표했다. 국립국어원 등에서 이미 순화어를 제시한 바 있는데, 피비에이가 새 용어의 정착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 작업을 총지휘한 피비에이 김영헌(69) 국제담당 부총재를 지난 4일 웰컴저축은행챔피언십이 열린 경기도 고양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만났다. 김 부총재는 “프로당구 출범으로 3쿠션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당구 용어가 정립돼 있지 않다. 부정확한 표현과 비속어, 잘못된 외래어 등이 혼재돼 사용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피비에이가 공식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일단 48개의 용어를 발표했는데 시네루는 회전, 오시는 밀어치기, 다이는 당구대 등으로 불러야 정확한 표현이다. 김 부총재는 “프로가 출범한 2019년부터 선수와 심판진, 해설위원들과 회의를 해왔다. 우리말과 영어 표현을 토대로 안을 만든 뒤 용어집을 냈다”고 밝혔다. 용어집은 전국 당구장에 포스터 형식으로 배포되고, 방송에서도 적극 사용하도록 권장된다.
김 부총재는 “큐로 치는 공을 ‘수구’라고 했는데, 이것을 ‘내 공’ ‘큐볼’로 바꿨다. 바둑에서 ‘와다리’ 대신 ‘단수’라고 바꾸면서 용어 혁명이 일어났듯이, 내 공이나 큐볼이 당구에서 비슷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30년 이상 일했던 김 부총재는 대학시절 당구를 처음 접했다. 그는 “당구는 가장 아름다운 큐 스포츠이지만 과거 당구장의 풍경은 달랐다”고 돌아봤다. 부인에게 당구를 가르치고 싶어도, “시네루, 이빠이 같은 말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당구 출범 뒤 담배 연기 자욱했던 과거의 당구장 이미지는 사라졌고, 이제 용어마저 산뜻해졌다.
김 부총재는 199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 3쿠션 월드컵 대회에서 우연히 통역을 도와주면서 대한당구연맹과 인연을 맺었고, 연맹 고문과 아시아당구연맹 사무총장, 세계캐롬연맹(UMB) 이사직을 역임하면서 국제적으로 두터운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용어가 부실하면 한 종목이 성립할 수 없다. 레슨도 불가능하다. 특히 젊은 세대, 꿈나무들은 제대로 된 용어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당구 출범 이후 방송을 통해 우리말 용어가 많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는 “요즘 당구장에서는 ‘가락꾸’라는 말 대신 ‘뱅크샷’으로 정착되고 있다”며 반겼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가령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이 충돌하는 것을 과거엔 ‘쫑’이라고 했고, 이제 ‘키스’라고 정했다. 하지만 키스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김 부총재는 “아직은 초기 단계다. 키스의 경우에는 팬 공모 등을 통해 가장 적합한 우리말 대안을 찾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올바른 당구 용어가 정착할 수 있도록 귀를 열고 늘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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