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등 척추동물의 뼈를 먹고 사는 심해 ‘좀비 벌레‘ 오세닥스 자포니쿠스. 사진=노리오 미야모토,
이빨은커녕 입도 없고 눈도 없지만 고래의 뼈를 녹여 그 속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심해 생물이 있다. ‘좀비 벌레’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생물은 2002년에야 처음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환형동물이다.
이 벌레는 죽은 고래를 깊은 바다에 빠뜨린 뒤 어떤 생물이 사체를 먹는지 장기간 관찰하는 연구에서 발견됐다. 현재까지 5종이 학계에 보고된 이 벌레의 생태와 발생 등이 학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심해 생물들이 고래의 주검에서 살과 지방을 모두 발라먹어 뼈만 남았을 때 이 벌레의 만찬이 시작된다. 작은 풀처럼 뼈 위에 자리 잡은 이 벌레는 뼈에 뿌리를 내리고 반대편 끝에는 촉수를 흔들며 물속의 산소를 흡수한다. 뿌리는 뼈를 파고들어 지방 등 유용성분을 섭취하는데, 뿌리 속에는 박테리아가 살아 이들이 분비하는 산으로 뼈를 녹이고 뼈 속의 유기물을 추출해 낸다.
일본 연구자들은 최근 ‘좀비 벌레’의 하나인 오세닥스 자포니쿠스를 실험실에서 기르면서 이들의 산란과 번식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좀비 벌레는 고래나 바다코끼리 등 해양 척추동물의 뼈를 먹고 산다. 하지만 이들 주검은 드물게 불규칙하게 떨어져 내려올 뿐이다. 그런데도 이 벌레는 태평양의 동쪽과 서쪽, 대서양 북부 등에 널리 분포한다. 그 비결은 이들의 독특한 생식방법에 있다.
뼈에 고착돼 자라는 성체와 달리 알에서 깨어난 이 벌레의 유생은 바닷물을 타고 최소한 열흘 동안 떠다니면서 자리를 잡을 뼈를 찾는다. 마땅한 뼈에 뿌리를 내린 약 6주 뒤 알을 낳는 것은 암컷이다. 그런데 언뜻 보아 다 자란 좀비 벌레는 모두 암컷이어서 수컷을 찾아볼 수 없다.
생식 준비를 마친 암컷은 수컷 수집에 나선다. 바닷물에 떠다니는 유생을 잡아 자신의 젤라틴 튜브 속에 가둔다. 수백 마리의 수컷이 튜브 속에서 자라는데, 이들의 크기는 기껏해야 1㎜로 암컷의 2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수컷이 하는 일은 암컷이 낳은 알을 수정하는 것뿐이다.
연구책임자인 미야모토 일본 해양 지구과학 기술국 생물지구과학 연구소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암컷의 신속한 성숙과 수컷의 소형화는 먹이는 풍부하지만 고도로 고립된 고래뼈 서식지에 효과적으로 적응한 번식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나투르비센샤프텐>(자연과학)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ostembryonic development of the bone-eating worm Osedax japonicus
Norio Miyamoto & Tomoko Yamamoto & Yoichi Yusa & Yoshihiro Fujiwara
Naturwissenschaften (2013) 100:285.289 DOI 10.1007/s00114-013-1024-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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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뼈에 뿌리를 내린 좀비 벌레. 사진=요시히로 후지와라, JAMSTEC
a. 고래뼈를 둔 지 2주만에 자리를 잡은 좀비 벌레. b는 그 확대 모습. c는 6주 뒤 좀비 벌레가 번창한 모습. d. 이 단계에서 암컷은 알을 낳기 시작한다. e. 9주 된 암컷의 젤라틴 튜브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난쟁이 수컷들. 사진=미야모토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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