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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무상보육’ 지자체에 떠넘기고…‘의료영리화’ 길 터주고

등록 2014-02-24 20:27수정 2014-02-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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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1년] 사회정책 진단

박근혜 정부는 ‘복지 강화’를 외치며 출범했다. 하지만 1년 내내 ‘공약 파기’가 잇따르며 사용자와 자본의 논리만 앞세운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대선 공약과 달리 공공서비스의 기능과 책임을 지자체와 민간에 떠넘겼고, 국민의 절반에 이르는 노동자들과는 대립각을 세웠다. 취임 1주년을 평가하는 각종 토론회에선 ‘복지가 사라졌다’ ‘지난 1년은 남은 4년의 예고다’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 지자체에 떠넘기고 가장 눈에 띄는 건 마치 국가의 공공기능을 강화할 것 같던 공약과는 정반대의 길을 간 부분이다. ‘공공병원 확충’, ‘지방의료원 및 거점병원 활성화’를 약속한 박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들었다. 보건의료 관련 단체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정상화 방안을 주문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실제 행동은 없었다. 다섯달이 채 지나기 전 경남도는 폐업 관련 조례의 공포를 강행했다.

이런 태도가 지방자치에 대한 존중이라기보다는 방치와 책임 미루기임을 재확인하는 계기는 역시 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0~5살 무상보육’이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무상보육의 국가책임을 위한 안정적 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그 과실은 박 대통령이 대선 때 표로 챙겼다. 그러나 부담은 지자체의 몫이었고, 바닥난 재정에 허덕이던 지자체는 정부와 갈등했다. 새누리당은 보육사업 국고보조금 부담률 20~50%를 40~70%로 올리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계속 미루다 지난해 말에야 35~65%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지자체의 불만은 여전하다.

박근혜 정부 ‘복지강화’ 외쳤지만
공공병원 확충·기초연금 등
복지 공약 약속 저버려

경쟁 강화 앞세워 철도 민영화
민주노총 강제진입 등 대응으로
노동계와 갈등의 골 깊어져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기초연금법’도 같은 불씨를 안고 있다. 박 대통령은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주겠다”던 공약을 소득 하위 70%에게만, 그것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이에게는 10만원만 주는 것으로 후퇴시켰다. 더구나 현행 기초노령연금의 25%를 분담하는 지자체가 향후 갑절이 될 기초연금액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초연금 예산에서 지역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보육대란에 이어 기초연금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1·2학년 대상의 ‘무상 돌봄교실’ 정책 시행 과정에서도 정부는 전체 필요예산 6160억원(전국 추정치) 가운데 1008억원(시설비)만 국고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자체 예산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결국 학교마다 예산을 절감하려고 기존의 강사수업을 폐기하고, 방과후 아이들에게 저녁밥을 지어주던 여성 인력도 내쫓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 민간에 몰아주고 ‘경쟁 강화’는 민영화의 다른 이름이다. 정부는 자회사를 세워 코레일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을 맡는 주식회사를 세웠다. 철도노조 역사상 가장 긴 23일 파업이 이뤄진 배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합의 없는) 민영화는 없다’고 했고, 이번 자회사 설립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 60% 이상은 대통령의 말을 믿지 않았다. 최근엔 인천공항철도의 연내 매각 방침을 세운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확인되기도 했다.

공공서비스를 시장으로 넘기라고 요구해 온 재계엔 호재다. 정부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비영리 의료법인인 병원이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자회사를 세워 환자를 상대로 각종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내놨다. 자회사가 화장품·의료기기 판매는 물론 온천·목욕장 사업, 체육시설 운영, 여행업까지 하도록 길을 터줄 방침이다.

정부는 병원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남은 수익으로 진료 분야 투자,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환자들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세계적으로 꼴찌 수준인 10% 남짓의 공공의료(병상수 기준)조차 망치는 사실상의 ‘의료 민영화’라는 비판이 보건의료 전문가 및 시민단체에서 제기된다.

■ 사용자가 편한대로 정부와 노동계와의 관계는 ‘파탄’났다. 지난해 10월 해직 교사 9명이 가입해있다는 이유로 6만명 회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단결권을 박탈한 건 상징적 사건이다. 정부는 300여개 공공기업을 개혁하겠다며 노조의 경영·인사권 참여폭을 넓혀온 단체협약을 크게 손볼 태세다.

노·정 갈등은 지난해 말 철도파업 강경진압, 이를 위한 민주노총 강제진입으로 끓어올랐다. 취임 사흘 전 박 대통령이 방문해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약속한 한국노총마저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신 ‘기업의 애로’를 팔걷고 해결했다. 이마트의 불법파견·노조사찰 혐의를 적발하거나 기소하되 정용진 부회장은 열외했고,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서도 “논란은 있지만 불법은 아니다”라는 논리로 면죄부를 줬다.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뜻대로 만들기 쉬운 취업규칙에마저 신의성실 원칙을 적용해 노동자들이 지나간 임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통상임금 지침’을 내놨다.

노동계에선 “고용노동부가 지난 1년 동안 한 거라곤 고용률 70% 로드맵밖에 없다”는 비아냥도 잦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고용률(15~64살)은 64.4%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고, 그나마 노년층 취업에 치중됐을 뿐 20~29살 청년층은 1.3% 줄었다. 정부는 고용률을 높이겠다며 전방위로 시간제 노동자를 양산하고, 심지어 55살 이상 노동자를 파견으로 쓸 수 있는 업무의 종류를 현행 32가지에서 수백가지로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년간 (박 대통령이) 지킨 공약은 ‘60살 정년 법제화’뿐”이라며 “멀쩡한 전교조·전공노 법외노조화, 민주노총 난입 등 비정상적 행태만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임인택 손준현 김양중 음성원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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