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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의사들, 명분 있더라도 파업만은 피해야

등록 2014-03-03 18:30수정 2014-03-05 15:36

대한의사협회가 구체적인 파업 일정을 결정했다. 10일 하루 파업을 한 뒤 11~23일은 정상 근무를 하고 이어 24~29일 전면 파업을 한다는 것이다.

의사 파업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14년 전 거의 모든 병원이 문을 닫았을 때 온 나라가 열병을 앓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파업하는 진짜 이유가 결국은 건강보험 수가 인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래도 이번 파업은 ‘의료 민영화 저지’라는 분명한 명분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 자회사는 돈벌이가 주목적인 영리병원의 변종에 불과하다. 정부는 영리 자회사가 돈을 벌어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돈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원격진료는 기존의 의사-환자 간의 대면진료를 돈벌이 정보통신기술로 대체하려는 의료산업화 정책으로 일차 의료를 훼손한다. 동네 병원들의 숨통을 조이고, 대형병원 쏠림현상만 심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의사들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파업은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세계의사회가 2012년 10월 제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도 “의사들은 개별 환자에 대한 의무뿐만 아니라, (의료의) 접근성과 질에 대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노동자들의 파업은 그 피해가 회사 쪽과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반면, 의사들의 파업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애꿎은 환자들이다. 게다가 그 피해는 생명, 건강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의과대학생들이 의학도로서 전문교육을 받은 뒤 졸업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도 파업과는 거리가 있다. 이 선서는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겠노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맹세를 담고 있다. 그러니 의료인들은 파업을 자제하고, 우선 정부의 의료 정책이 어떻게 잘못돼 있는지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의사들의 투쟁이 단순히 의사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권과도 직결돼 있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파업으로 당장 비난을 받는 쪽이 의사들이라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처럼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파업을 불러온 경우는 정부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게 마련이다. 정부가 나서서 대한의사협회 쪽과 중단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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