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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황소와 맞서 싸우던 불도그, 살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등록 2022-06-16 14:45수정 2022-06-16 17:08

[애니멀피플]
불도그·퍼그 등 머리 납작한 견종들 각종 질병 시달려
“브리더들이 번식법을 개선하기 전까지 보이콧 해달라”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연구진들이 짧은 두개골을 지닌 견종인 불도그, 퍼그, 복서 등의 개의 입양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연구진들이 짧은 두개골을 지닌 견종인 불도그, 퍼그, 복서 등의 개의 입양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큰 머리에 왕방울만 한 눈,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와 주름진 피부, 다정한 성격을 지닌 불도그는 지난 10년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 존 레전드의 반려견으로 알려져 지난해 미국 최고 인기견 2위에 올랐고, 영국에서는 그 이전부터 영국 전 총리 윈스턴 처칠의 주름진 외모와 비교되며 용기와 인내의 상징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최근 영국 왕립수의과대학(Royal Veterinary College·RVC) 전문가들은 불도그를 포함한 단두종 개의 입양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단두종이란, 주둥이와 코가 납작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개들로 주로 잉글리시 불도그, 프렌치 불도그, 퍼그, 복서 등의 견종이다.

이들은 영국이 불도그를 포함한 단두종 개의 교배 금지국가에 포함되기 전에 견종 번식(브리딩)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브리더들이 해당 견종의 번식법을 바꾸기 전까지는 불도그, 퍼그 등의 개를 불매하는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SNS)에 사진을 올리고 홍보하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영국 내 퍼그의 건강을 조사한 결과, 퍼그들은 다른 견종에 비해 한 가지 이상의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2배에 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이 영국 내 퍼그의 건강을 조사한 결과, 퍼그들은 다른 견종에 비해 한 가지 이상의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2배에 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이 이렇게 단두종 개의 입양과 홍보를 만류하는 이유는 이 개들의 외모가 개의 건강과 복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연구진들은 영국 내 퍼그들이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에 처해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영국 내 퍼그 4천 마리와 다른 견종 2만 마리의 건강을 비교한 결과 퍼그들은 다른 견종에 비해 매년 한 가지 이상의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2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퍼그들은 건강만 보자면 더 이상 정상적인 개로 간주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댄 오닐 박사는 퍼그의 건강상 문제는 납작한 얼굴과 주름진 피부, 쪼그려 앉은 듯한 체형 등 단두종 특유의 외모 탓이라고 설명했다. 오닐 박사는 “커다란 눈과 납작한 얼굴은 부정할 수 없이 귀엽지만 수년간 이런 외모의 특징을 선별적으로 번식한 탓에 이들의 체형과 외모의 특징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잉글리시 불도그는 원래 근육질에 운동성이 강한 견종으로 황소와 맞서 싸우는 투견으로 키워졌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동물 간의 싸움이 금지되면서 가정견으로 품종이 개량됐다. 귀여운 외모를 원하는 입양자가 늘다보니 외모적 특징이 잘 나타나는 개체간의 근친교배가 급증했고, 결과적으로 극단적 외모와 취약한 유전적 특질을 갖게 된 것이다.

영국왕립수의협회는 단두종 개들이 호흡 곤란, 안구 질환, 치아 부정교합, 자연적 출산불가 등의 건강 문제를 앓고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왕립수의협회 누리집 갈무리
영국왕립수의협회는 단두종 개들이 호흡 곤란, 안구 질환, 치아 부정교합, 자연적 출산불가 등의 건강 문제를 앓고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왕립수의협회 누리집 갈무리

영국왕립수의협회(British Veterinary Association)는 이런 단두종 개들이 자주 걸리는 질환으로 호흡 곤란, 안구돌출, 각막염, 피부염, 치아 부정교합을 꼽는다. 두개골이 짧아진 개들은 비공협착 등으로 잘 때에도 제대로 숨을 쉴 수 없고, 끊임없이 혀를 헐떡이게 된다. 주름진 피부탓에 시야에 방해를 받으며 각종 피부염에 노출되고 아래 턱의 돌출로 치아가 맞물리지 못해 먹이를 먹을 때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2019년 네덜란드에서는 단두종 개의 교배를 법으로 금지했고, 영국애견협회(The Kennel Club, KC)도 불도그의 표준 체형을 수정하고 단두종의 호흡기 기능 등급제를 마련하기도 했다. 영국의 유명 수의사 엠마 밀네의 책 ‘순종 개, 품종 고양이가 좋아요?’(책공장더불어, 2021년)에서는 “단두종의 개와 고양이는 수의사의 개입이 없다면 두 세대 안에 사라진다. 그 중 다수가 삶도 번식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오닐 박사는 “단두종의 큰 머리, 큰 눈, 유순한 기질은 우리에게 양육 본능을 일으키고 개들을 귀엽다고 느끼게 하지만 개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을 수 없다. 이런 외모는 개들에게 일생의 고통을 안겨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개들이 선천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만큼, 반려인들이 적당하고 건강한 형태의 개들을 요구함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때까지 예비 반려인들은 납작한 얼굴을 한 개를 사기 전에 행동을 멈추고 재고해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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