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서울 초등학교에서 개체수 늘자 ‘방사’ 명목으로 40마리 유기
동물단체 “유기 인지하고도 면피…무책임한 동물 사육 비교육적”
서울 초등학교에서 개체수 늘자 ‘방사’ 명목으로 40마리 유기
동물단체 “유기 인지하고도 면피…무책임한 동물 사육 비교육적”
군포시 동물방역팀과 토끼보호연대는 7월9일 군포시립중앙도서관 인근에 토끼 18마리가 버려졌다는 제보를 받고 포획 작업에 들어갔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초등학교 사육장서 불어난 토끼 60마리 사상 초유의 ‘토끼 집단 유기 사건’의 주동자는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로 드러났다. 군포시와 토끼보호연대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9일 서울시 서대문구 ㄱ초등학교는 교내에서 기르던 토끼가 중성화 미비로 개체 수가 불어나자 군포 수리산을 찾아 토끼 40마리를 ‘방사’했다. 현행법상 토끼는 동물보호법에서는 반려동물, 축산법으로는 가축에 포함돼 키우다가 자연에 놓아주면 유기에 해당한다.
최초 18마리로 추정됐던 유기 토끼는 구조·포획 작업을 시작하자 30여 마리까지 늘어났다. 토끼보호연대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가 7월 초 사육하던 토끼 40마리를 경기 군포시 수리산 입구에 유기한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학교 “허락 받은 것” 시청 “안 된다는 취지” 이렇게 40마리의 토끼는 토요일인 7월9일 교사 3명의 차량에 실려 서울 서대문구에서 경기 군포시까지 40여㎞ 이동해 ‘원정 유기’됐다. 조 교감은 “동물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탓이다. 의도적으로 유기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유기동물 공고에 우리 토끼들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시청에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이던 21마리 토끼들은 19일 바로 회수했고, 이들 중 수컷 토끼들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에 유기 토끼들의 정보가 올라오자 ㄱ초등학교가 문제를 깨닫고 군포시에 연락을 취해오며 유기인임이 밝혀졌다. 포인핸드 갈무리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군포시와 환경부는 왜 버리면 안된다고 하지 않고, 야생생물법의 처벌 규정만 안내했을까.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박소영 과장은 “토끼 같은 반려동물을 유기 방사하는 것은 법을 떠나 상식에 기반해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각 부처마다 소관 업무가 나뉘어 있어, 환경부에 문의하면 야생생물법을 근거로 말씀을 드리게 된다. 반려동물처럼 야생생물법에서 정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 방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생동물은 환경부가, 반려동물과 가축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구조된 토끼 20여 마리는 군포시 유기동물보소센터에서 보호 중이었으나 19일 ㄱ초등학교가 다시 회수한 상태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반려토끼는 유럽 남서부에서 개량한 종으로 야생 적응 능력이 떨어진다. 유기된 토끼들은 천적의 공격을 받거나 구더기증을 앓아 치료가 시급한 상태로 구조됐다. 토끼보호연대 제공
“토끼를 죽음에 몰아넣는 행위” 토끼보호연대는 “국내 입양되는 반려용 토끼는 유럽 남서부에서 수입된 굴토끼로 산토끼와는 완전히 다르다. 굴토끼는 애완으로 길들여져 천적의 공격을 피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야생 적응 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이런 토끼를 산에 풀어놓는 것은 토끼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학교의 무책임한 동물 사육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끼보호연대는 “ㄱ초등학교는 유기임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방사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면피하고 있다. 학교에서 생태교육이란 명목으로 전담 인력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동물 사육장을 만드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모든 공립학교 및 기관들에서 동물 전시·사육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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