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기고|개물림 사고 예방 로드맵 5단계
반려인 1500만 시대, 물림 사고 잦은데 사후 논의만 반복
사후 대처 논쟁보다 종합적 조사·연구로 예방책 마련해야
반려인 1500만 시대, 물림 사고 잦은데 사후 논의만 반복
사후 대처 논쟁보다 종합적 조사·연구로 예방책 마련해야
지난달 11일 울산 울주군 한 아파트에서 8살 어린이를 공격해 ‘안락사 논쟁’을 일으킨 사고견. 현재는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인계된 상태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그 개’만 죽여선 예방이 안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을 문 개를 안락사 하는 건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해당 범죄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일 텐데, 개물림 사고는 사람이 일으킨 범죄와는 다르다. 사람을 문 개를 안락사 시키는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예방 효과는 ‘그 개’가 또 다시 사람을 물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개가 다시 사람을 물 가능성이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개물림 사고가 일어난 원인과 정황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보고 개의 공격성 기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개’만 처벌하는 것은 개가 억울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재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질평가제’의 시행과 정착에도 도움이 안 된다. 사람을 한번 문 개는 또 물게 마련이라는 주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남양주 사망사고와 이번 울산 개물림 사고를 일으킨 개들이 놀라울 정도로 온순하다는 것은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되었다.
지난달 11일 울산 울주군 한 아파트에서 8살 어린이를 공격해 ‘안락사 논쟁’을 일으킨 사고견.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벼락 사고도 대피요령이 있는데…개물림 교육은 전무 사고견을 안락사 하든 책임이 있는 누군가를 처벌하든, 이 방법은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한 사후 대처방법이다. 이런 대응방식으로는 계속 반복되는 개물림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세상에는 ‘그’ 개 말고 엄청난 숫자의 개가 있는데, 문제는 세상에 안 무는 개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물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무엇보다도 개물림 사고에 대한 정확하고 종합적인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위험요소를 정확하게 분석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인용하는 개물림 사고 통계는 소방청의 119구급대가 개 물림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 수치이다. 그러나 구급차량을 이용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한다면 실제 개물림 사고 발생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개에 물리거나 부딪혀 진료를 받은 환자는 1만4천903명에 이른다. 그런데 사고발생 수치만으로는 복잡다단한 개물림 사고의 원인과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개물림 발생 장소, 시간, 사고 전후 상황과 개의 상태, 피해자의 나이, 사고견과의 관계, 사고 유형, 물림 부위와 피해 정도 등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확보하고 분석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난해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망사고는 인근 불법 개농장에서 사육하던 개가 탈출하며 발생했다. 카라 제공
미국 최대 보험회사가 개물림 예방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으며 네바다주에서 ‘개물림 예방 TF’를 구성해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개물림 사고 건수를 줄인 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은 공공보건 차원으로 접근 개물림은 개인의 안전과 공공보건을 위협하며, 의료비 지출에 더해 피해자의 정신적 외상과 보이지 않는 사회적 추가 비용이 드는 중요한 사안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사고견을 처벌하거나 보호자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관련 부처, 입법기관, 관련 산업과 학계, 교육기관, 시민단체, 동물보호단체, 지역사회 네트워크 그리고 언론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 최대 보험회사가 개물림 예방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으며 네바다주에서 ‘개물림 예방 TF’를 구성해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개물림 사고 건수를 줄인 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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