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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알 대신 돌 품었던 독수리, 진짜 ‘아빠’ 되다 [영상]

등록 2023-04-25 09:00수정 2023-05-09 15:09

[애니멀피플]
돌 품어 화제된 흰머리수리 ‘머피’
다친 새끼 합사하자 먹이 먹여주며 돌봐
알 대신 돌을 품어 유명해진 미국 세계 조류 생크추어리의 흰머리수리 ‘머피’가 최근 구조된 아기 새를 만나 진짜 아빠가 됐다.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
알 대신 돌을 품어 유명해진 미국 세계 조류 생크추어리의 흰머리수리 ‘머피’가 최근 구조된 아기 새를 만나 진짜 아빠가 됐다.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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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 흰머리수리의 끈기와 부성애가 하늘을 감동하게 한 것일까. 알 대신 돌멩이를 품어 화제가 됐던 새 ‘머피’가 진짜 아빠가 됐다.

24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보호소)’ 페이스북을 보면,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는 수컷 흰머리수리 머피가 돌을 품다가 진짜 아기 새를 입양하게 됐다고 한다.

올해 31살이 된 머피는 지난달 초부터 온라인상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돌멩이를 가져다가 마치 알을 부화하듯 지극정성으로 돌봤기 때문이다. 1살 때 날개와 다리를 다쳐 조류 보호구역으로 구조된 머피는 30여 년을 이곳에서 지냈는데 3월 초 처음으로 이러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머피는 여느 부모 새가 하듯 돌멩이를 가져다 땅을 파고 둥지를 만든 뒤 진짜 알을 품듯 몇 시간에 한 번씩 조심스럽게 굴리며 품었다. 평소 온화한 성격을 보였지만 다른 새가 다가오면 위협하듯 큰 소리로 울어 쫓아내기도 했다.

보호소는 머피의 돌멩이를 도저히 빼앗을 수 없어서 대신 사육장의 표지판과 페이스북에 머피의 사연을 알리며 ‘머피는 외롭거나 아픈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내해야 했다.

수컷 흰머리수리 머피는 지난달 초부터 돌멩이를 가져다 진짜 알처럼 품어 화제가 됐다.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
수컷 흰머리수리 머피는 지난달 초부터 돌멩이를 가져다 진짜 알처럼 품어 화제가 됐다.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

아빠가 되고 싶은 머피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지난 2일 생후 1~2주밖에 안된 아기 새가 보호소로 들어왔다. 보호소에서 약 95㎞ 떨어진 세인트 제네비브시에서 폭풍우를 만나 나무에서 떨어진 새가 구조된 것이다. 사육사들은 새끼가 구조되자 머피를 ‘양부’로 삼는 방안을 떠올렸다. 다만 머피가 ‘돌로 된 알’ 이외의 것은 돌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 걱정이었다.

던 그리파드 보호소 대표는 “머피는 다소 이례적이다. 1990년대 초부터 보호소에서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새끼를 낳은 적 없고, 현재 보호소 안에 있는 암컷 두 마리와도 짝짓기를 한 적도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그는 야생의 흰머리수리는 일반적으로 육아를 분담하기 때문에 새끼를 품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새들이 봄철 호르몬의 급증으로 알이 아닌 물체 위에 둥지를 트는 것도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단 한 번도 새끼를 낳은 적이 없던 머피는 지난달 초 돌을 알처럼 품는 행동을 시작했다. 보호소는 어미를 잃은 아기 새와 머피의 단계적 합사를 시도했고, 머피는 특유의 부성애를 발휘해 안전하게 새끼를 기르고 있다.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
단 한 번도 새끼를 낳은 적이 없던 머피는 지난달 초 돌을 알처럼 품는 행동을 시작했다. 보호소는 어미를 잃은 아기 새와 머피의 단계적 합사를 시도했고, 머피는 특유의 부성애를 발휘해 안전하게 새끼를 기르고 있다.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

흰머리수리의 평균 부화일인 35일이 지났지만 머피는 최근까지 돌을 품었다. 결국 사육사들은 구조된 아기 새와 머피의 합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돌을 진짜 알로 여긴 머피는 초반에 돌을 떼어놓으려 하자 극도로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육사들은 돌과 머피를 분리하지 않고 온열 케이지로 옮긴 뒤 새끼를 단계적으로 합사하는 방식으로 둘의 거리를 좁혔다.

합사 이후에도 머피가 아기 새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모니터링에 집중했다. 그러나 머피는 곧 새끼의 시선에 반응하며 새끼를 보호하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사육사들이 실험 삼아 성조만 먹을 수 있는 생선을 우리에 넣자, 마치 아빠 새가 하듯 새끼에게 먹이를 찢어 먹였다. 그리퍼드 대표는 “부모와 새끼 조류 사이의 각인현상(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가 처음 눈에 들어온 존재를 부모로 생각하는 것)이 일어나는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으며 바로 우리가 원했던 일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 사이 미주리주에는 토네이도가 휩쓰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머피와 아기 새 모두 무사했고, 현재까지 건강히 지내고 있다. 머피는 어린 시절 날개가 영구적으로 손상되었기 때문에 새끼는 추후에 비행과 사냥 등 살면서 필요한 것들은 사육사를 통해 배울 예정이다.

보호소는 머피와 아기 새의 사연을 담은 티셔츠를 제작했다.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
보호소는 머피와 아기 새의 사연을 담은 티셔츠를 제작했다.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

머피와 아기 새의 사연을 담은 웹툰.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
머피와 아기 새의 사연을 담은 웹툰. 세계 조류 보호소(World Bird Sanctuary) 제공

보호소는 페이스북을 통해 “꿈을 훔치게 놔두지 마세요. 당신이 믿는다면 바위는 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헌신적인 아빠는 기적을 행할 수 있습니다”라며 ‘머피의 법칙’에 새로운 의미를 덧붙였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게시물에 “동화책으로 쓰여야 할 감동적인 이야기다” “인간 아빠들도 이런 부성애를 배웠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온라인에선 머피와 아기 새의 사연이 담긴 티셔츠가 제작되고, 직접 그린 웹툰이 올라오는 등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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