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동물권단체 페타(PETA)가 5월초 벌인 국내 합법 번식장 잠입조사에서 강아지 ‘팔랑이’를 구조했고, 최근 국내 가정에 입양됐다고 밝혔다. 페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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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장 구석에 방치됐던 눈 먼 강아지가 새 삶을 살게 됐다. 지난달 동물권단체가 ‘강아지 공장’ 잠입조사를 벌이던 중 발견된 개 ‘팔랑이’는 선천적 시각 장애를 갖고 있으나 최근 새 반려인을 만나게 됐다.
13일 국제동물권단체 페타(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는 한국의 번식장 잠입조사에서 두 눈 모두 시력을 잃은 개 한 마리를 구조했고, 최근 새로운 가정에 입양됐다고 전했다. 페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0개월간 국내 합법 번식장 4곳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번식장 내부의 열악한 사육 환경과 동물의 심각한 건강 상태 등을 5월에 폭로했다.
당시 페타 조사관은 서울 근교의 한 강아지 공장을 방문했을 때 장모 치와와 종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다른 개들과 달리 강아지는 번식장 케이지 안에서 쉴 새 없이 빙글빙글 도는 행동을 보였는데, 살펴본 결과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랑이는 구조 번식장에서 팔리지 않은 성견, 모견으로 이용되다 나이든 개들과 함께 사육장에 섞여 있었다. 페타 제공
그러나 개는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다행히 농장주가 해외 반려견 판매업자로 잠입한 조사관에 개를 선물했고, 구조 직후 동물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안과 전문 수의사의 검진 결과, 구조견은 선천적 장애인 안구 이형성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타는 <애니멀피플>에 “구조된 개는 아직 어린 강아지였기 때문에 번식견으로 이용되고 있진 않았다. 개는 팔리지 않은 성견과 모견으로 이용되다 나이든 개들과 함께 사육장에 섞여 있었다. 장애가 없었더라면 아름다운 외모 탓에 번식견으로 착취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아지는 구조 이후 국내 활동가 가정에 반려견으로 입양됐고, 나비처럼 자유로운 삶을 살라는 의미가 담긴 ‘팔랑이’라는 이름을 얻게됐다.
국내 동물권활동가에게 입양된 팔랑이의 최근 모습. 페타 제공
제이슨 베이커 페타 수석 부대표는 “한국의 애완동물 가게에서 거래되는 어린 강아지들은 열악한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다. 그곳에서 팔랑이와 같은 많은 개들이 괴로움과 불안함에 떨며 끊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팔랑이의 사연을 기억하고 애완동물 가게나 번식업자로부터 동물을 사는 것을 멈춰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단체는 지난 5월 초 번식장 현장 조사를 통해 합법 사업장 또한 좁은 뜬장과 녹슨 철창에서 개들을 사육하고 있는 현실을 공개했다. 개들은 심각한 정형행동을 보이거나 무기력증을 앓는 등 심리적 불안 상태 등을 보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