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견 ‘쿵쿵따’는 새끼 때 병원 앞에 버려진 뒤 입양이 되지 않아 오랜 기간 수술 실습견 생활을 해야 했다. 박민경·책공장더불어 제공
“병원에서 8년이나 살았으니 마지막은 넓은 마당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주자”
동물책 전문출판사 ‘책공장더불어’가 실습견 입양 이야기를 담은 책 ‘수술 실습견 쿵쿵따’를 펴냈다. 출판사가 펴내고 있는 ‘드러내어 기억하다’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동물들의 사연을 전한다.
책 ‘수술 실습견 쿵쿵따’. 책공장더불어 제공
책의 주인공 ‘쿵쿵따’는 유기견이지만 실습견으로 이용됐던 개다. 사람만 보면 좋아서 빙글빙글 돌아 쿵쿵따라는 이름을 얻었다. 새끼 때 동물병원 앞에 버려져, 2년 넘게 병원에서 새 가족을 기다렸지만, 입양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천덕꾸러기가 된 쿵쿵따는 실습이란 명목으로 5년간 여러 수술 실습에 이용된다.
지은이는 믹스견 쿵쿵따를 입양하고 사연을 접하며 실습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의약품이나 화장품에 동원되는 실험동물의 존재는 많이 알려졌지만, 실습견은 단어부터 생소하다. 수술 실습견들은 수술 경험이 부족한 수의대생이나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임상 실습을 위해 수술대에 오르는 동물이다.
쿵쿵따 또한 인턴의 실습을 위해, 또 다른 반려견의 수술이 있기 전 사전 연습을 위해 수술을 받아야 했다. 정확히 어떤 수술들이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성대와 비장 제거수술이 되어 있었고, 요로 관련 수술 흔적도 남아 있었다.
이미 노화가 시작된 8살 발바리, 어디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알 수 없는 개가 다시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살 수 있을까. 책은 이러한 걱정에서 시작한다. 쿵쿵따는 가족을 반기면서도 사람 손에는 긴장했고, 케이지에서 산 8년간 단 한 번도 달려보지 않아 제대로 뛰는 법을 몰랐다. 그러나 가족이 된 지 한 달 만에 뒷발을 나란히 박차며 달리게 됐고, 2년이 지나자 더 이상 사람 손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책에는 지은이 박민경씨가 직접 그린 쿵쿵따의 삽화가 포함되어 있다. 입양 첫날 두 눈을 감고 햇볕을 즐기는 쿵쿵따의 모습. 박민경·책공장더불어 제공
쿵쿵따와 지은이 가족은 10년을 더 함께했다. 쿵쿵따는 18살로 생을 마감했다. 해피엔딩이다. 좋은 가족을 만나 평범한 반려견으로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실습견은 얼마나 될까.
책의 끄트머리에 실린 동물권행동 카라 김현지 더봄센터 센터장의 글 ‘수술 실습견의 현실과 법’을 보면 쿵쿵따는 운이 좋은 실습견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6년 울릉도 유기동물보호소 수술 실습견 사건, 2019년 경북대 수의대 실습견 사건, 2019년 서울대 수의대 사역견 복제 실험 사건 등은 현행법이 지켜주지 못한 수많은 실습 동물의 희생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공장더불어 김보경 대표는 “현행법은 유기동물의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학교 등 교육시설은 실험 동물 공급처를 규제하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 탓에 유기견이나 개농장의 개들은 지금도 암암리에 실습견으로 이용되고 있다. 더 이상 실습 동물들이 수술대 위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쿵쿵따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에는 지은이 박민경씨가 직접 그린 쿵쿵따의 삽화가 포함되어 있다. 박민경·책공장더불어 제공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