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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공 찾아왔더니, 사료 한 포대만 덩그러니…

등록 2017-09-26 15:15수정 2017-09-26 15:50

[애니멀피플] 국내 최초 유기견 주인공 장편 애니 ‘언더독’ 오성윤 감독 인터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조기교육은 생명에 대한 바른 시선을 알려주는 것”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두번째 동물 장편 애니메이션 ‘언더독’을 준비 중인 오성윤 감독.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두번째 동물 장편 애니메이션 ‘언더독’을 준비 중인 오성윤 감독.
여느 날과 같은 날인 줄만 알았다. 산책을 좋아하는 보더콜리 뭉치는 반려인의 차를 타고 외출을 따라나섰다. 나무가 울창한 아름다운 숲길에 도착했다. 반려인이 뭉치를 바깥으로 내려주더니 뭉치가 좋아하는 공놀이를 했다. 멀리 던진 테니스공을 물어오는 사이 반려인은 얼른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내가 차에 타지 않은 걸 잊은 건 아닐까?' 뭉치는 사력을 다해 차 뒤를 쫓았다. 황급히 사라진 차 뒤로 사료만 한 포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내년 여름방학을 목표로 제작 중인 ‘언더독’은 국내 최초로 유기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만든 오성윤 감독의 두번째 '동물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언더독’은 본래 올여름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외교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치 상황이 영화 제작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투자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정치적 문제 때문에 투자 계획을 회수하겠다는 팩스를 보내왔다. 순제작비의 3분의1이 구멍 났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구멍난 제작비를 메꾸며 후반 작업 중인 오성윤 감독을 지난 21일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술대학교 내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났다.

제작비 펀딩을 시작한지 열흘 째라는 이날, 오성윤 감독은 유기견 문제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단함을 말했다. “개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하고 투자자를 찾으면 일단 좋아해요.” 하지만 막상 유기견들이 주인공이고 버려진 개들이 사람에 더 이상 의지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라는 설명을 하고 나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결국 인간 세계에 순응하는 동물을 보여주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거예요. 저희 영화는 다크하고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제작자로서의 입장을 벗어나 감독으로서 영화를 말할 때는 눈이 빛났다. 그는 유기견 문제를 작품으로 다루기 이전에 아픈 개를 입양해 키운 반려인이기도 했다. ‘언더독’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뭉치였다. “말티즈였는데, 어느 병원에 데려가도 병명을 못 찾았어요. 병이 깊어지면서는 사람들을 물고 주인도 못 알아볼 정도로 변했어요. 원인 모를 유전병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병이죠. 예쁜 애를 만드려고 마구잡이로 교배를 해대니까.”‘언더독’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취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개들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 “인터뷰를 할 수가 없으니 답답했죠.” 그래서 공동감독인 이춘백 감독과 동물성과 인간성에 대해 첨예한 토론을 수차례 거듭하며 시나리오를 쓰고 고치는 데 3년이 걸렸다.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유기견 보호센터를 방문하고 구조 현장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그러면서 얻은 캐릭터들은 몹시 현실적이다. 새끼 때 귀엽다는 이유로 인기가 많지만 타고난 질병이 많은 시츄, 치와와, 봉지에 담긴 채 버려져 '봉지'라는 별명을 얻은 개, 아파트에서 기르기 어려워 버려진 사냥견 출신 셰퍼드까지. “감옥 같은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에게서 엄청 강한 캐릭터성을 느꼈어요. 이 친구들도 사연이 있겠고, 그 뒤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애니메이션 ‘언더독’의 한 장면. 오돌또기 제공
애니메이션 ‘언더독’의 한 장면. 오돌또기 제공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꼽았다. 말티즈 방울이를 만나며 주인공 뭉치가 자신의 처지를 깨닫는 신이다. 피부병에 걸려서 온 방울이는 귀를 핑크색으로 염색한 귀여운 말티즈다. 하지만 피부병으로 온몸의 털을 깎고, 병들어 잘 암직이지 못하고 외모가 망가지자 반려인에게 버려졌다. 방울이는 뭉치에게 끝까지 자신의 반려인이 자기를 찾으러 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는 결국 외롭고 쓸쓸하게 죽는다. 뭉치는 그를 보며 인간에 의존하고 기다리던 자신을 버리고 주체성을 가진 존재로 변모한다.

오성윤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사회 문제를 애니메이션의 주제로 삼아도 대중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유기견 문제는 끊임없이 공론화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부 조사 결과 지난해 유기동물 수는 9만 마리에 육박했고, 이는 3년 사이에 1만 마리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그래서 오성윤 감독은 이렇게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를 아이들이 보는 작품에서부터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생명권과 같은 기본권에 대해 조기교육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물권을 넘어 인권에 대한 태도도 동물과 생명에 대한 시선과 태도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조기교육을 다른 데서 할 게 아니라 이런 문제에 대해 충실하게 교육해야 해요.”

글·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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