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는 등 ’동물 감수성’이 점차로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동물 학대 처벌과 관련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지난 7일 밤 경기도 고양시의 한 피시방에서 40대 초반의 남성이 고양이를 학대해 경찰이 출동했다. 해당 PC방 직원인 제보자에 따르면 PC방 점주인 남성은 평소 화가 나면 고양이를 막무가내로 구타하고,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고양이의 외관상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가해자에게 구두 경고만 하고 돌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은 재수사에 나섰고 현재 고양이 학대 남성은 고양경찰서 지능수사팀에 형사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한국 동물보호법에서 ‘동물 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르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을 포괄한다. 올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의 목을 매달고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다른 동물이 보는 아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정당한 사유업이 물리적, 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도 금지된 학대 행위에 포함된다.
해외의 경우 동물을 학대할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까. 우선 지난 2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한 30대 남성이 8주된 새끼 고양이를 벽에 던져 왼쪽 눈을 손상시키고, 다리와 치아를 부러뜨려 경찰에 입건됐다. 카페트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였다. 가해 남성은 지난 6일 뉴캐슬 지방법원에서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고 10년 동안 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당했다. 고양이 치료비 2700호주달러(한화 약 240만원)를 동물병원에 지불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동물 학대범에게 징역 최대 5년, 최대 5만 달러의 벌금, 동물 소유 및 동물과의 접촉 금지를 골자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앞서 9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됐다. 동물학대범에게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부과하기로 했다. 개정에 앞서 동물학대에 관한 최대 형량은 6개월이었다.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은 이 법안과 관련해 “동물은 지각이 있는 존재다. 인간의 탐욕으로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법적으로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 기존 형량의 10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동물학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가까운 일본과 대만의 경우 한국과 처벌 수위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다. 일본은 동물을 함부로 죽이거나 상해를 입힐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엔(약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대만은 학대 수위에 따라 처벌 강도를 달리 한다. 대만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도살하거나 고의적으로 부상을 입혀 사지가 절단되거나 심각한 장애에 이르게 됐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타이완 달러 20만위안(약750만원)이상 200만 위안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한편 과실로 인한 동물 부상이나 사망, 혹은 고의로 인한 동물 부상이 심각한 장애까지 도달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타이완달러 1만5천 위안~7만5천 위안의 벌금에 처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모든 주에서 동물복지에 입각해 동물 학대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학대금지법을 제정하고 있다. 주마다 죄의 무게는 조금씩 다르지만 최고 10년의 징역형, 최고 50만달러(약5억7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해 ‘중대한 범죄'로 취급한다.
뉴욕주의 경우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해 최소 6개월의 징역, 1천 달러의 벌금형을 처한다. 학대 행위를 신고한 자에 대해서도 포상금을 지급한다. 동물학대 신고 상담 직통 전화를 통해 신고 후 용의자를 체포하면 신고자는 최대 2500달러의 포상금을 지급 받는다. 델라웨어주의 경우 동물 학대로 인해 중상은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중범죄로 취급해 5천 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15년 동안 동물 소유를 금지한다.
한편 동물권단체 케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서나 관할지구대 등에 경찰청의 동물학대 수나 매뉴얼을 적극 배포해 홍보할 필요가 있다”며 조사와 처벌의 허점을 바로잡을 것을 강조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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