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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개통령 강형욱의 ‘역지사지’ 훈련 교과서

등록 2018-02-16 09:00수정 2018-02-16 09:13

[애니멀피플] 개띠 해, 멍멍책을 읽자 ②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멍멍! 개의 해가 밝았습니다. 애니멀피플과 한겨레21이 설 연휴에 읽을 만한 반려견 책 6권을 골랐습니다. 애니멀피플 기자들과 동물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 우주대스타 고양이 히끄와 함께 사는 이신아씨가 필자로 나섰습니다. 설날 연휴 기간 차례로 소개합니다.

나는 제주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며 고양이 ‘히끄’와 함께 산다. 히끄와 살기 전에는 지인 ‘한카피’님이 운영하는 ‘슬로우트립’ 게스트하우스에서 2년 넘게 동거하며 스태프 생활을 했다. 한카피님은 제주도로 이사 오기 전, 서울에서 ‘빠꼼이’라는 믹스견을 키웠다. 빠꼼이는 15살 되던 해에 아파서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개의 처지에서 개의 행동 이해를

빠꼼이가 떠난 다음해 3월, 충남 부여에 사는 친구네 반려견 비글 부부가 새끼 10마리를 낳았다. 예상치 못한 다산에 친구는 나에게 SOS를 쳤다. 한카피님에게 비글을 키워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고, 한 달 뒤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온 게 비글 ‘호이’다. 게스트하우스의 개답게 손님에게 호의적인 개가 되라며 ‘호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지만, 호이는 우리의 기대를 깬 채 ‘적의’를 가진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호이는 처음에 우리의 손발을 장난치듯 물었다. 이 시기만 지나면 무는 버릇이 사라질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한카피님의 팔과 다리가 온통 호이의 이빨 자국으로 상처투성인 걸 보고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면 벽지와 소파가 뜯겨 있었다. 점점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우리는 비글이 활발한 견종이니까 산책 시간을 늘리면 해결될 줄 알았다. 아침과 저녁에 산책을 시키고, 낮에는 오름도 올랐다. 그래도 무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어느 날, 게스트하우스에 개를 잘 아는 견주가 손님으로 왔다. 손님은 우리에게 ‘초크체인’을 이용한 훈련법을 알려줬다. 개가 나쁜 행동을 할 때마다 초크체인으로 목을 살짝 조여서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주는 거였다. 나는 호이가 입질을 할 때마다 초크체인을 잡았고,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역효과가 나타났다. 초크체인을 잡아당기려고 손을 내밀면 호이는 자신을 보호하려고 더 강하게 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반려견의 행동을 바꾸려면, 반려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강형욱 훈련사. 반려견 훈련법이 ‘알파독’에서 ‘카밍 시그널’이 대세가 되는 계기가 됐다.  남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반려견의 행동을 바꾸려면, 반려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강형욱 훈련사. 반려견 훈련법이 ‘알파독’에서 ‘카밍 시그널’이 대세가 되는 계기가 됐다. 남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호이 이야기를 구구절절 한 이유는 나와 함께 지낸 첫 개이고, 반려견 행동전문가인 강형욱 소장이 쓴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를 읽고 나서 비로소 호이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반려견 훈련사로 자신이 경험했던 사례를 통해 끊임없이 말한다. ‘당신이 키우는 개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강형욱 소장이 반려견의 마음을 나타내는 ‘카밍 시그널’을 도입하기 전까지 한국에선 서열 중심 훈련법인 ‘알파독 이론’이 대세였다. 나는 호이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많은 책을 읽었지만 개의 처지에서 개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책은 없었다. 무는 개는 당연히 혼나야 하고, 왜 물려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한카피님은 이제 호이에게 맞는 양육법을 찾았다. 호이는 가만히 있는 사람을 무는 게 아니라 자신을 만지려는 사람의 손을 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만지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만졌을 때 물지 않으면 호이를 칭찬했다. 이제 나는 독립해서 호이와 함께 살지 않지만,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면서 개들과 교감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우선 기다리고 지켜봐주면, 반려견의 문제 행동이 없어지고 개도 안정을 느끼는 걸 경험했다.

휴가철 지나면 유기견 느는 제주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가 키우는 ‘다올이’와 ‘첼시’ 이야기가 나온다. 반려견 행동전문가가 키우는 개니 완벽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배변 실수를 하거나 짖고 발톱 자르는 것도 불편해한다. 하지만 저자는 괜찮다고 한다. 배변 실수는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이고, 짖음은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발톱은 산책하면서 마모시키면 된다고 말이다.

내가 사는 제주도에선 휴가철이 지나면 유기견이 많아진다. 이 개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 이 개들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TIP: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1만3800원

이신아 ‘히끄네 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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