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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8마리 꽃개, 20일간의 전국일주

등록 2018-03-01 09:00수정 2018-03-01 14:41

[애니멀피플]
서울, 평창 찍고 부산까지…꽃개들의 여행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 전국 투어하며
개 식용 문제 놓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다
28일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꽃개들과 포즈를 취한 ‘동물해방물결’ 윤나리 부대표, 장인영 정책국장, 이지연 대표(왼쪽부터). 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28일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꽃개들과 포즈를 취한 ‘동물해방물결’ 윤나리 부대표, 장인영 정책국장, 이지연 대표(왼쪽부터). 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은 평창겨울올림픽 기간을 포함한 지난 2월7일부터 28일까지 전국을 돌며 개고기 금지 캠페인 ‘꽃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국회(9일), 평창(13, 18일), 전주(20일), 광주(21일), 부산(23일), 대구(26일)를 이어 다시 서울 청와대 앞에서 꽃개들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28일 오전,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마친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 윤나리 부대표, 장인영 정책국장을 만나 꽃개들과 함께 한 전국일주의 소감을 들었다.

지난 2월7일, 그날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13도였다.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들이 오전 11시에 시작할 ‘꽃개 프로젝트' 첫 기자회견을 위해 광화문 광장에 섰다. 닷새째 이어지던 한파가 가시길 바랐건만 살을 파고 드는 한기를 피하기 어려웠다. 청와대 방향으로 나란히 선 8마리 꽃개들도, 비록 조형물이긴 했지만 긴장과 추위에 떠는 듯 했다.

동물해방물결과 국제 동물권 단체인 ‘동물을 위한 마지막 기회’(LCA·Last Chance for Animals)가 연대해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 두 단체는 개 조형예술품인 ‘꽃개'를 전시하고, 개고기 금지 캠페인 서명을 독려했다. 이들은 개 식용 금지를 넘어 현재 법적으로 가축으로 규정되는 한편,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반려동물의 범주에도 드는 개의 모순적 법적 지위를 수정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꽃개들은 식용견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도사견의 모양으로 제작됐다. 표정은 듬직하고 중립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8마리 꽃개는 각각의이름과 캐릭터도 있다. 온몸이 황금색인 ‘황금이’는 무술년 황금개의 해를 상징한다. 황금색 몸에 콧잔등이 푸르스름한 ‘강철이’는 개농장의 철장을 부수고 나오라는 의미다. ‘불꽃이’는 개들에게 온기를 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졌고, ‘푸름이’는 해방된 개들이 풀밭에서 뛰어놀길 바라는 뜻이 담겼다. ‘산들이’는 시원한 바람, ‘태극이’는 시민의 힘, ‘흰둥이’는 행복하고 하얀 눈을 개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의미를 싣고 있다. 푸른색의 개 ‘샘’은 식수조차 요원한 개농장의 개들에게 깨끗한 물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1톤 트럭 화물칸에 꽃개들을 싣고 떠났다. 꽃개 프로젝트를 앞두고 집회 신고, 대관 신청 등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준비 과정에서 식용견 문제를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자세한 설명을 하기도 전에 거절을 당할 뻔한 적도 있다. 이지연 대표는 “초면에 거절 당하는 경험을 통해 식용견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터부시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초반의 걱정이 무색하도록 사람들의 호응이 따랐다.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던 장소는 광주광역시였다. 구 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꽃개들을 전시했는데, 지역 언론사 8곳에서 찾아왔다. 장인영 정책국장은 “환경이나 사회 문제로서 식용견을 다루는 게 보수적이지만은 않아보였다”고 말했다. “바로 직전 방문 도시인 전주에서 언론 반응이 뜨겁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갑자기 기자분들이 우르르 나타나서 조형물에 관한 질문도 많이 하고 설치도 도와주고, 저 멀리 걸어가면서까지 셔터 세례를 하셔서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고 장 정책국장이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대구에서의 반응도 ‘핫’했다. 윤나리 부대표는 “날씨부터 시민 반응까지 모두가 좋았던 도시였다. 중년의 아저씨가 불쑥 다가와 '나 작년에 개고기 끊었어'라고 말씀하고 가시는가 하면 젊은 친구들은 꽃개 앞에서 카메라부터 꺼내들었다.”

평창 겨울올림픽 현장에 간 꽃개들.  동물해방물결 제공
평창 겨울올림픽 현장에 간 꽃개들. 동물해방물결 제공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는 두 번 방문했다. 퍼포먼스를 진행한 메달 플라자 앞은 사회 곳곳의 의제를 들고 나온 이들의 집회장 같기도 했다. 이 대표는 “그런 장소에서 동물과 관련한 목소리를 직접 내고 왔다는 것이 뜻 깊었다”고 말했다. 외신들과 인터뷰도 하고 경기에 참여한 선수와 관람객들이 엄지를 치켜들며 응원하기도 했다.

여정 내내 꽃개들이 활동가들을 지켜주는 듯 했다. 활동가들은 활동을 시작한지 4개월에 불과한 신생 단체가 처음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인데다 논쟁이 많은 개고기 문제라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개 식용을 찬성하는 사람이 불쑥 찾아와 전시된 꽃개를 발로 차거나 부수지는 않을까 염려도 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윤 부대표는 “예쁘고 아름다운 꽃개를 보고 사람들이 해코지할 마음을 먹을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꽃개들의 20일간의 전국 일주는 28일 청와대 인근에서 마무리됐지만 봄이 되면 전시회 등을 통해 시민들 사이에 더 자주 출몰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청와대 가까이에서 한 이유에 대해 동물해방물결은 개 식용 문제를 풀 결정적 열쇠를 정부가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장 정책국장은 “개고기 문제는 잔인하게 개를 다루는 업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취향 문제로 치부할 수도 없다. 정부는 개 식용 불법을 위한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다분히 방관적이고 무책임한 태도고, 시민을 무지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까지 바뀌지 않은 문제를 이제 인정하고 정돈해야할 때다”라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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