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기술이 채용된 반려동물 용품이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자의 반려견 ‘제리’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소변검사 키트의 검사 결과를 책상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신소윤 기자
기술은 일상의 모든 곳에 스며든다.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스마트홈, 웨어러블 기기 등이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다섯집 가운데 한집꼴인 반려동물 가구도 이 물결에서 비켜날 수 없다.
기술과 반려동물의 생활을 접목한 것을 ‘펫테크'라 부른다. 한국보다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큰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는 이미 펫테크가 자리잡았다. 최근 미국 방송 ‘시엔비시’(CNBC)는 미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700억달러(약 75조원)에 육박한다고 보도했고, 경제전문지 ‘포천’의 온라인판은 ‘펫테크’ 섹션을 따로 운영한다. 세계 최대 전자쇼인 시이에스(CES)에서도 반려동물 관련 제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반려동물과의 일상에 작은 혁신을 불러올 펫테크 용품들을 ‘애니멀피플’이 취재했다.
건강 상태는 스마트폰으로 ‘쏙’
치와와 ‘제리'는 7년째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는 ‘환자견’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반려동물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소변검사 키트인 ‘핏펫어헤드’ 상자를 떨리는 마음으로 열었다. 한두 달에 한번씩 병원을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지만, 소변검사 결과에서 ‘위험’ 항목이 나오면 속이 상할 것 같았다. 검사지에 소변을 묻혀 색상판에 올려놓고 핏펫어헤드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진을 찍었다. 몇초 기다리자 산도, 케톤, 우로빌리노겐, 비중, 혈액, 빌리루빈, 포도당, 단백질, 백혈구, 아질산염 등 10가지 수치가 떴다. ‘모든 항목들이 정상 범주에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면을 터치하면 항목별로 각각의 수치가 비정상일 경우 의심되는 질병과 증상, 예방법이 나온다.
펫피트의 웨어러블 기기 ‘펫피트’는 반려동물의 운동량을 측정한다.
핏펫어헤드 석지현 매니저는 13일 “소변검사 키트는 말 못 하는 동물을 키우며 적절한 시기에 질병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며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아직 한살이 채 되지 않은 반려견을 키우는 반려인인 그는 소변검사 결과 산도가 산성으로 나와 병원을 찾았던 경험이 있다. “혈액검사 결과 아직 8개월밖에 되지 않은 개의 간 수치가 그렇게 높을 줄 상상도 못했다.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검사 키트는 예방적 차원에서 반려인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반려견의 비만과 운동 부족을 확인하는 제품도 있다. 반려동물 웨어러블 기기인 ‘펫피트'는 반려견의 일일 활동량과 수면량을 기록하고 분석한다. 분석을 마치면 펫피트가 반려견의 견종, 체중, 성별, 중성화 및 임신 여부, 연령 등에 따라 최적화된 운동량을 제시한다. 하루치 운동량에 따라 메시지를 전하는데, 이런 식이다. “오늘은 활동을 많이 못 했네요. 활동량이 너무 적으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일종의 건강관리 매니저인 셈이다. 펫피트는 반려견의 활동 데이터를 모아 평소 습관과 다른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을 때도 반려인에게 신호를 보낸다.
반려견 자동급식기 겸 놀이기구인 ‘볼레디’는 반려견의 분리불안을 달래는 역할을 한다.
멍냥이의 친구가 되어줘!
대낮 빈집을 혼자 지켜야 하는 외로운 반려견들은 분리불안에 시달리기 쉽다. ‘체리’와 ‘베리’ 몰티즈 두마리의 반려인이기도 한 반려용품 업체 ‘볼레디’ 박승곤 대표는 분리불안의 악순환을 지적했다.
“혼자 있길 힘들어하는 반려견의 우울함을 일찍 파악해 달래줘야 해요. 분리불안에 시달리는 개들은 집안 물건을 파손하고 짖는 등 통제가 어려울 때가 많죠. 무책임한 반려인들은 통제되지 않는 개를 버려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고요.”
반려인이 집을 비운 사이 일종의 ‘대리 반려인'의 역할을 하는 볼레디는 스마트폰과 홈카메라를 연동해 행동 패턴을 감지하고,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반려인을 대신해 공놀이도 한다.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 원리에 착안한 볼레디는 시간을 설정해 공을 발사하고, 반려견이 공을 물어와 투입구에 넣으면 보상으로 사료나 간식을 준다. 사료량과 공놀이 시간 및 횟수는 반려인이 설정할 수 있다.
로봇 ‘페디’는 반려동물 돌보미를 자처한다. 주행이 가능하고 외관이 좀더 전형적인 로봇의 형태에 가깝다. 페디는 반려인의 설정에 따라 먹이주기, 술래잡기, 음악 및 영상 재생, 반려인과의 영상통화, 이동형 폐회로텔레비전(CCTV)의 기능을 한다. 온습도 센서 및 소음측정기를 내장해 반려동물이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도 대비한다. 집안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반려동물이 지속적으로 짖거나 우는 소리를 감지해 페디가 360도 회전하며 주변 상황을 촬영해 사진을 반려인에게 전송한다.
구루아이오티(IoT)의 돌보미 로봇 ‘페디’는 반려인 외출 때 동물에게 밥을 주고 놀아주고 위험 상황을 감지한다.
고단한 ‘집사’를 위하여
일상 노동을 줄이고 반려동물과 더 많이 놀아줄 수 있다면 어떨까. 자동청소 기능을 지원하는 고양이 화장실 ‘라비봇’과 반려동물 전용 드라이어 ‘두잇’이 그런 제품이다. 라비봇은 자동으로 고양이 배설물을 처리하고, 모래를 보충한다. 입구의 적외선 센서로 고양이를 감지해 청소 중에 고양이가 화장실을 출입하려고 할 때에는 자동으로 청소 대기 모드로 전환된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고양이의 배설 활동과 화장실 청결 상태도 관리한다. ‘캣키퍼’ 앱을 통해 고양이가 라비봇에 배설한 횟수와 시간을 기록하고, 고양이 여러 마리가 화장실을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체중에 따라 고양이를 식별해 배설 정보를 제공한다. 배설물 저장통이 가득 찼을 때, 저장된 모래가 모자랄 때는 반려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골골송작곡가에서 출시한 고양이 자동화장실 ‘라비봇’.
반려동물 전용 드라이어 두잇은 사람보다 청력이 뛰어난 반려동물에게 드라이어 소음이 스트레스라는 사실에 착안해 개발된 제품이다. 공기청정기와 같은 소음에 민감한 기기에 쓰이는 공기순환 구조를 채택해 소리 없이 사방에서 풍성한 바람이 나오도록 설계됐다. 또한 반도체를 이용한 발열판은 공기를 태우지 않고 온도를 올려서 쾌적함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안전 사고 염려가 없다. 20만원 후반대로 비교적 가격대가 높지만, 품절 사례가 일 정도로 반려인들에게 인기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각 업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