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동물구조, 외국은 어떻게?
동물에게도 촉각을 다투는 응급 상황이 있다. 학대 사건이 아니더라도 위험에 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구조체계 제각각 달라 혼선
동물구조 업무 ‘폭주'한 119소방대
“인명구조 아니면 출동 않겠다” 프랑스·오스트리아 소방대는
동물구조 대비해 수의사 일해
영국은 민간단체 조사관이
학대는 물론 일상적 사고에 출동 차도 한복판에서 어쩔 줄 모르며 불안한 걸음을 하거나 다쳐 쓰러진 동물을 발견했다면 어디에 전화해야 할까? 좁은 틈에 몸이 끼어 비명을 지르는 동물을 발견했다면? 한밤중 반려동물이 숨이 넘어갈 것처럼 앓는데, 차도 없고 택시도 잡히지 않는다면? 앞의 질문에 ‘동물’이라는 단어 대신 ‘사람’을 넣어보자. 우리는 무엇을 할까? 본능처럼 휴대폰을 들고 119 번호를 누를 것이다. 동물이 위급한 상황에 있을 때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결론부터 쓰자면, 동물을 위한 ‘핫라인’은 없다. 유기동물, 야생동물, 반려동물이 응급할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은 있지만, 전문성을 갖춘 일원화한 구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학대 등 동물보호법에 위반되는 상태에 놓인 동물을 보호하는 ‘동물보호감시원' 제도는 마련되어 있으나, 일상적인 사고와 응급 상황 대처에 대한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동물을 위한 119’는 없을까? 애니멀피플은 이와 관련해 한국 상황과 외국 사례를 살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의 의뢰로 국회 입법조사처가 외국 사례를 조사했다. 수의사 일하는 프랑스 소방대 국내 동물구조 체계는 119소방대, 지자체별 동물보호센터, 야생동물의 경우 환경부 및 지자체의 야생동물 치료기관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다. 지자체 지원 구조기관의 경우 유기동물인지 반려동물인지에 따라 보호 조치를 달리한다. 동물보호법 14조에 따르면 지자체가 구조·보호 조치를 해야 할 동물은 △유기·유실된 동물 △학대를 받았는데 주인을 알 수 없는 동물 △소유자가 있더라도 학대를 받아 적정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이다. 그렇다면 목숨이 위급한 동물을 길에서 발견하고 구청 동물보호과에 신고를 하면 될까? 이를테면 차에 치여 쓰러져 겨우 숨이 붙어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면? 안타깝게도 길고양이일 경우에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길고양이는 길에서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동물로 취급돼 일상적 사고로 다치거나 죽었을 때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구조·치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 속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소방청은 ‘비긴급 생활안전출동 거절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동물 포획이 인명구조와 관련 없는 경우 출동하지 않겠다는 지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소방대원의 기본 업무인 소방·구급·구조 등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119소방대의 동물구조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2005년에도 서울시 소방방재본부가 그해 1~7월 동물구조가 교통사고 구조 출동보다 많았다며 긴급한 상황이 아닐 경우 지자체에 이관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현재도 소방청은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급한 동물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별다른 대안 없이 오랫동안 공백으로 있었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소방대는 동물구조 출동에 대비해 수의사를 두고 별도의 소방 계급 체계를 마련해뒀다. 프랑스의 경우 수의사나 동물전문기관을 통해 소방대원들에게 동물구조 교육을 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독일은 서부 메트만 지역의 지방법령에 동물구조를 소방대의 의무로 명문화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일반 구조 범위 안에서 소방대가 판단해서 출동한다. 동물구조 요청 때 각지에서 운영되는 ‘동물 택시’나 동물보호단체와 연계할 때가 많다. 유기동물이 아닌 경우라면 바이에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작센 등 3개 주는 화재나 교통사고를 제외하고 반려인에게 동물구조 비용을 청구한다. 미국의 경우 시나 카운티 단위로 지자체 공무원인 ‘동물관리담당자'(animal control officer)를 두고 활동을 지원한다. 이들은 유기동물, 학대 사건으로 인한 분쟁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발생하는 동물에 관한 모든 민원에 응대한다. 사법권도 갖고 있어 응급 상황이 생길 경우 반려인이 있는 동물이라도 긴급피난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찰과 119구조대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이밖에 상당수 국가는 상대적으로 구조가 탄탄한 민간단체에 의존한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도 학대 사건부터 일상적 사고까지 출동 범위를 넓게 잡고 있다. 미국 뉴욕의 맨해튼시티는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에 동물관리담당자의 권한을 주고 위탁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판 ‘동물경찰’은 단속 중심 세계적으로 동물 긴급 구조 핫라인을 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사례는 없지만, 지자체가 일정한 매뉴얼을 마련하거나 민간단체와 긴밀히 협업하는 등의 대안이 있었다. 한국 또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시행 예정인 이른바 ‘동물경찰’은 미국의 동물관리담당자 제도와 유사하다. 동물보호법 40조에 따라 동물을 보호하는 역할과 임무를 부여받은 공무원인 ‘동물보호감시관’에 사법권을 부여한 것이 동물경찰이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 관계자는 19일 <애니멀피플>과의 통화에서 “동물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과 학대 사건 단속에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고, 일상적 사고 구조 출동까지 범위를 넓히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일상적 사고와 긴급 구조 요청이 필요할 때 일관되게 대처해줄 방안이 여전히 구멍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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