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관 2층에 마련된 강아지 산책길에서 휴식을 취하는 강아지들.
묘사 문을 닫고 들어가니 살금살금 다가와 다리에 얼굴을 비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며 꼬리를 살랑거린다. 펜을 흔들자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앞발로 펜을 툭툭 쳐본다. ‘나나’는 갈색과 흰색 털이 섞인 고양이다. 다른 고양이와 달리 센터에서 태어나 구김이 없고 활발한 성격의 나나는 7월16일, 새 가족을 만나 보금자리를 꾸릴 예정이다.
나나가 생활하는 곳은 반려동물복지센터다. 동물자유연대가 경기 남양주에서 운영하는 동물입양센터다. 2013년 1관의 문을 연 데 이어 지난해 11월 최신식 시설의 2관을 개관했다. 2층 건물인 2관은 40개의 방에서 대형견들이 생활한다.
1관 1층에는 대형견들이, 2층에는 소형견들이 산다. 나나가 있는 3층에는 고양이들이 모여 자유롭게 지낸다. 방 안에 있는 캣타워를 오르내리며 시간을 보내고, 복도를 배회하며 휴식을 취한다. 맑은 날에는 옥상에 마련된 고양이 운동장에서 볕을 쬔다. 7월 현재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는 고양이 86마리, 개 213마리가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다. 학대를 받아 구조됐거나 길을 잃은 생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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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입양 어떻게?
그렇다면 나나는 어떻게 새 가정을 찾았을까. 개나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은 사람은 동물자유연대에서 운영하는 세 단계 입양 시스템을 거쳐 입양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로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 접속해 입양신청서를 작성한다. 입양을 원하는 이유와 반려동물을 키운 적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을 하면 된다.
두 번째로는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는데, 이때 입양신청서에 작성한 내용이 토대가 된다. 가령, ‘가족들이 입양을 모두 찬성하냐’는 질문에 가족들 일부만 찬성하거나 모두 반대한다고 답변했을 경우에 어떤 이유로 반대하는지,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인지 등을 묻는다.
세 번째로는 센터에 직접 방문해 면담을 진행한 뒤 입양관리 동의서를 작성한다. 이때 현재 사는 집의 형태와 평수, 정원이나 마당의 담장이나 울타리 시설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센터에서 반려동물을 데려다주었을 때 이전에 말한 정보와 다르면 입양이 취소될 수 있다. 입양 후에는 주기적으로 입양 후기를 남겨 반려동물의 안부를 전하면 된다.
호기심이 많아서 주변에 곧잘 관심을 보이는 고양이 나나. 기자가 떨어뜨린 펜을 들어 흔들어주니 잘 논다.
좁은 시멘트 바닥이 대형견들에게는 넓은 마당이 된다.
누구나 입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 마리 이상의 동물을 동시에 입양하거나 3살 미만의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 등 입양자 선정 제외 기준도 있다. 까다로운 입양 기준 및 절차 때문에 파양되는 경우는 1~2%에 그친다. 동물자유연대에서는 연간 150~200마리를 입양을 보내며, 홀수달마다 진행하는 입양 행사에서는 5~10마리가량 입양된다.
구조된 반려동물들은 새 가정에 잘 적응하기 위해 센터에서 사회화 훈련을 한다. 센터 내에 있는 활동가나 봉사자들이 안아주거나 하는 등의 접촉과 교감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 동물훈련 전문가가 놀이를 하거나 산책을 시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돕는다. 배변 활동 등 행동 교정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잘 훈련받은 동물들은 새 가족을 만나 달라진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불신이 깊어 끝까지 마음을 열지 못하는 동물들도 있다. ‘선택’받지 못한 동물은 센터에서 평생을 살 수밖에 없다. 입양을 꺼리는 대형견이나 장애견은 ‘죽돌이’가 되기 십상이다. 센터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동물자유연대는 죽은 동물을 화장해 1관 3층 로비에 보관하는데, 이후 센터의 부지 안 나무에 수목장을 진행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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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유기견들…보호소는 항상 만원
동물자유연대에서는 연평균 200마리가량 구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관까지 개관했지만 나날이 늘어가는 동물들을 모두 다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묘사의 경우에는 3~4평이 되는 방 안에서 고양이들이 8~10마리가 생활하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입양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센터는 항상 만원 상태일 수밖에 없다.
2017년 문을 연 2관. 40개 방에서 대형견들이 생활하고 있다.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 생을 마감한 동물들이 화장 후 유골함에 담겨있다. 이후 수목장을 지내게 된다.
동물자유연대 윤정임 국장의 말을 들어보면, 남양주에 있는 반려동물복지센터를 처음 건립할 당시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고 한다. 윤 국장은 “보호소에서 관리하는 동물들이 해코지를 당할까 봐 활동가들은 늘 가슴 졸이며 돌봐야 한다”며 보호소를 불태워버리겠다고 협박하거나 소음측정기를 들고 찾아오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더 나은 환경의 보호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 이어진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에서는 ‘개농장을 보호소’ 프로젝트를 통해 충청권의 개농장을 유기동물 보호소로 사용하기 위해 보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KARA)는 독일의 티어하임을 벤치마킹한 ‘카라 파주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인터넷 포털 다음카카오에서 스토리펀딩을 진행 중이다.
좁은 보호소에서는 나나의 호기심을 다 채울 수 없다. 좋은 주인을 만나 더 넓은 세상에서 재미나고 즐거운 것들로 가득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남양주/글·사진 안예은 교육연수생,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