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유전자검사가 미국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의 구강세포를 채취하여 검사기관에 보내면, 2~3주 뒤에 분석 결과가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려견 유전자검사의 정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무분별하게 이용하면 위험하다는 경고 목소리가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렸다. 국내에도 다수 업체가 유전자검사를 서비스하고 있어, 반려견 보호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리사 모세스 하버드의대 연구원 등은 25일 반려견 유전자검사가 부족한 샘플과 검증되지 않은 연구 등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규제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네이처’에 실었다.
이들은 13살 반려견 ‘페투니아’의 예를 들었다. 이 반려견이 보행과 배뇨 장애를 보이자 보호자는 65달러를 들여 유전자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는 보호자에게 직접 전달됐다. 검사 결과, 페투니아는 사람으로 치면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에 해당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이 반려견의 보호자는 페투니아가 앞으로 고통을 겪느니 영원한 잠에 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안락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리사 모세스 등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가진 반려견 100마리 중 단 1마리에서만 해당 질환이 나타난다며, 무분별한 유전자검사 결과의 이용이 잘못된 행동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펫투니아는 치료 가능한 척추장애와 증상이 일치했다며 ‘네이처’에 실은 보고서에서 덧붙였다.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액은 세계적으로 지난 5년 동안 14% 늘었다. 반려동물에 쓰는 돈은 약 19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들은 “세계 19개 실험실에서 반려견 유전자검사를 시장에 내놓았다. 일부 수의사들이 유전자검사를 질환을 다루고 건강 관리에 조언하는 데 이용한다. 미국 동물병원 체인도 ‘개인화된 건강 관리’라면서 유전자검사를 추천한다”며 우려했다.
미국에서는 수십만마리가 유전자검사를 받고 있고, 국내에서도 다수 업체에서 반려견 유전자검사 키트를 출시해 서비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임바크’라는 스타트업이 반려견 서비스를 출시해 한해 4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 업체의 검사 방식은 비슷하다.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하면, 업체에 따라 수십~수백가지의 유전 질환을 예측해준다.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조언을 받을 수도 있고, 직접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해 업체에 보내도 결과를 우편으로 보내준다.
반려견 유전자검사는 혈통을 분석해주는 것에서 각종 유전 질환을 예측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사진은 한 업체의 혈통 분석용 유전자 검사 키트.
하지만 연구팀은 반려견 유전자검사가 임상에 바로 적용할 정도로 과학적 결과가 축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규모의 연구 사례, 검증 부족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단 한 마리로 결과를 낸 경우도 있었다고 이들은 밝혔다. 또한 연구 결과 해석의 문제, 관련 산업이 연구를 지원하는 이해관계 충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많은 수의사들이 반려견 유전자검사의 한계에 대해 모르고 있다”며 “반려견 유전자 연구를 통제해야 한다. 잘못된 결과와 부정확한 정보로 일부 기업이 이윤을 얻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