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생전인 2015년 루시의 사진으로 달력을 제작해 강아지 공장 반대, 동물 구조 활동에 썼다고 한다. 루시 페이스북 갈무리
최근 영국 정부가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를 살 때 반드시 직접 거래하도록 정한 배경에는 한 강아지가 있다.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됐던 ‘루시’가 주인공이다.
(애니멀피플 8월22일 ▶영국 정부, 펫샵서 강아지, 고양이 거래 금지)
루시는 영국에서 유명한 개다. 2013년 3월 한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됐다. 공장에서 5년을 산 거로 알려졌다. 당시 루시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보통 중형견인 ‘카발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 종은 7~11㎏이 되는데 좁은 새장 같은 케이지에 갇혀있다 보니 루시의 몸무게는 3.6㎏(8파운드)에 불과했다. 배설물이 뒤섞인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다 보니 털은 빠졌고 척추가 휘어있었다고 한다.
루시의 모습을 본 영국 시민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루시 같은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가 나오는 이유가 펫샵을 통한 유료 분양 때문이었다. 펫샵에서 거래하면 브리더(생산업자)가 동물을 어떤 환경에서 키우는지, 어떤 어미에게서 태어났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쓸데없이 비싸게 팔기도 했다. 과거 영국도 현재 한국과 같은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변화를 요구했다.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은 입양센터를 통하거나 브리더를 직접 찾아가 6개월 이상 된 새끼를 데려오도록 요구했다. 이른바 ‘루시의 법’ 캠페인이 시작됐다. 그리고 지난 22일 영국 환경부 장관 마이클 고브가 시민들이 요구한 대로 ‘루시의 법’을 제정한다고 발표했다. 루시가 구조된 지 5년 만이었다.
루시의 보호자였던 리사 가르너가 강아지 공장의 심각함을 알리기 위해 만든 루시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lucytherescuecavalier)에는 영국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는 이들의 댓글이 달렸다. 루시는 2016년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영국 언론은 이번 결정을 두고 ‘루시의 승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최근 영국 정부가 펫샵을 통한 개고양이 거래를 금지하면서 영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루시의 승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루시 페이스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