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SNS ‘반려견 스타 가족’
개 세 마리, 사람 여섯…대식구가 북적북적
‘업어 키운’ 귀한 강아지에 빠진 랜선이모 2만명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리트리버 겨울, 이브, 몰티즈 가을. @mylsj1004 제공
제 이름은 겨울이, 올해 네 살이 된 골든 리트리버입니다. 저는 부산 기장에서 여덟 식구와 함께 살아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난 ‘이브’ 누나, 집안에서 실세를 맡고 있는 몰티즈 ‘가을’ 할배 그리고 할머니, 아빠, 엄마, 세 명의 형들과 지내고 있어요.
인스타그램(@mylsj1004)에 북적대는 우리 가족 일상을 하나씩 올라다보니 어느덧 팔로워가 2만4천 명에 육박했어요. 유명세를 치르며 이렇게 언론에 인터뷰도 하게 되었네요.
우리 계정에서 누구보다 인기스타는 할머니예요. 할머니와 저희가 함께 하는 사진이나 영상에는 유독 ‘좋아요’가 엄청 많이 찍힌답니다. ‘무심한 듯 시크한’ 할머니의 매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봐요. 그런데 사실, 3년 전 저와 이브 누나가 집에 왔을 때 할머니는 무척 무뚝뚝하신 분이었어요. 지금은 할머니가 식사하실 때, 우리가 옆에 있으면 먹을 걸 나눠 주실 만큼 친해졌답니다. 가끔 사투리로 제게 말을 거시는데, 아직 잘 못 알아 들을 때가 있어요. 억양이 무뚝뚝하게 들리지만, 할머니가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아빠는 저희를 귀한 자식으로 대해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우리를 업어 키우셨거든요. 저는 아빠가 해주는 ‘어부바’를 정말 좋아해요. 요즘도 아빠가 퇴근하고 오시면 어부바를 해달라고 조른답니다. 저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지만, 이브 누나나 가을 할배를 먼저 업어 주면 가끔 저는 성을 내기도 해요. 아빠 등이 아직도 넓고 포근하게만 느껴지는데, 저는 벌써 40kg이 나가요. 그렇지만 그런 저를 아직도 가뿐히 업어 주세요.
일 때문에 집을 자주 비우는 큰 형이 돌아올 때면 이브 누나와 저는 큰형 옆을 떠나지 않아요. 큰형이 집에 오면 저는 아빠, 엄마도 뒷전으로 하고 큰형만 졸졸 따라다닌답니다. 큰형이 저희와 늘 산책을 나가서 많이 친하거든요. 둘째 형은 학교 생활로 바쁠 텐데 가을 할배와 이브 누나, 저와 곧잘 잘 놀아요. 엄마 말로는 ‘중2병’이 걸릴 시기라는데, 저희랑 노는 걸 보면 예전처럼 밝고 활기차 보인답니다. 막내 형은 저를 제일 좋아해요. 놀자고 장난을 걸면서 제 등에 올라타기도 한답니다. 막내 형이 치는 장난이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 우리는 늘 즐겁게 놀아요.
엄마는 저와 이브 누나, 그리고 가을 할배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씀해요. 우리 덕분에 가족끼리 대화도 많이 하고 시간도 많이 보낼 수 있다고요. 저희가 오고 더 화목해졌대요. 언제 한 번은 저와 이브 누나가 아파서 큰 수술을 해야 했는데,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수술을 결정했어요. 저희가 없으면 가족들은 못 살 거라고요. 저와 이브 누나는 지금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답니다. 13살인 가을 할배도 여전히 정정해요. 엄마의 바람처럼 저도 식구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글 안예은 교육연수생 seoulsouljazz@gmail.com 영상 박선하PD sal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