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회자되는 시대지만 2018년에도 개들이 처한 환경은 녹록치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2월1일 신촌에서 동물권단체 케어가 주최한 ‘700마리 동물들의 겨울나기’라는 이름의 자선 바자회가 열렸다. 케어는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며
또 입양도 보내주는 단체. 그런데 케어가 위 행사를 개최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원래 케어는 회원들이 보내주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데, 케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보다 훨씬 더 많은 개를 구조, 보호하게 된 탓에 돈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곧 위기에 처한 개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도 된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회자되는 시대지만 2018년에도 개들이 처한 환경은 녹록치 않았다.
“저희가 개들을 잡으려 했지만 개들은 피골이 상접한 채 도망쳤습니다….”
행사 도중 상을 받으러 연단에 오른 여성은 수상 소감을 말하던 도중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른바 ‘하남 개지옥’ 현장에서 오랜 기간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때의 끔찍한 광경이 그녀를 울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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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학대가 반복되는 이유
경기도 하남에 있는 부지 3천평에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짓는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렸다. 개발 소식이 들리면 땅값이 뛰기 마련. 모란시장에서 개고기를 팔다 퇴출된 상인 60여명은 하남시 개발을 통해 한몫을 챙기기로 마음 먹는다. 5년 전, 그들은 개발 지역에 몰래 들어와 뜬장을 세웠고, 거기다 개 수백 마리를 집어넣는다.
개를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개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줄 리는 없었다. 상인들이 개들에게 준 것은 음식물쓰레기를 가끔씩 던져주는 게 고작이었다. 개들은 하나둘씩 죽어갔지만 상인들은 그 시체조차 치워주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발 지역 안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이에게 상가 용지를 우선적으로 분양해 주는 등의 보상을 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들은 이런 ‘생활대책용지’를 노리고 개들을 이용해 알박기를 한 것이었다. 뜬장마다 각자 하나씩 간판을 세운 이들은 1인당 1억씩, 총 60여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개를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개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줄 리는 없었다. 상인들이 개들에게 준 것은 음식물쓰레기를 가끔씩 던져주는 게 고작이었다. 개들은 하나둘씩 죽어갔지만 상인들은 그 시체조차 치워주지 않았다. 그래도 일정 숫자의 개들은 있어야 ‘영업 중’이라고 우길 수 있으니, 개가 모자라면 다른 개를 데려와 숫자를 맞추는 게 고작이었다. 죽은 동료의 시체 옆에서 상한 쓰레기로 연명해야 했던 개들,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죽은 동료의 시체 옆에서 상한 쓰레기로 연명해야 했던 개들,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안타깝게도 그 상인들의 파렴치한 행위를 처벌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동물보호법에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개가 지나치게 학대받는다면 개들을 긴급격리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있는데, 케어가 하남시에 요구한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그 뒤 케어는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과 함께 개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곳에서 잠을 자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지만, 개들은 사람을 믿지 못했다. 평생 본 게 학대하는 사람뿐이라, 개들은 활동가들을 보자마자 달아나려 애썼다. 철망을 뜯으려고 물어뜯다 입에 피가 나는 개도 있었고, 땅굴을 파서 도망치려고 땅을 미친 듯이 파던 개도 있었다나.
하지만 활동가들의 정성 덕분에 개들은 결국 마음을 열었고 건강과 미모를 되찾은 개들은 하나둘씩 입양을 갔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크기가 크거나 믹스견인 경우에는 입양이 쉽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개들이 굶어 죽어갈 때 용감하게 철장을 뛰쳐나온 개들은 개발 지역을 터전으로 삼아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활동가들은 현장을 방문해 그 개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있다. 케어 박소연 대표의 말이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죽이는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에 처한다고 명시해 놨는데, 이는 재물손괴죄(3년 이하)보다도 형량이 낮은 수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직 우리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저 녀석들을 보면 쉽게 발길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하루라도 우리가 오지 않으면 녀석들은 밥조차 먹을 수가 없습니다.”
개 학대는 비단 하남시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백구 두 마리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뒤에 묶은 뒤 끌고 다닌 이가 있었고, 오토바이에 개를 묶어 끌고 다니다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었다. 이런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까닭은 이런 식으로 해도 별반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죽이는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에 처한다고 명시해 놨는데, 이는 재물손괴죄(3년 이하)보다도 형량이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앞에 언급된 사람들은 이렇다할 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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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예상돼도 돌려줘야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어서, 학대 뒤에 취해지는 후속 조치가 엉망인 경우도 많다. 제주도에서 33마리의 개가 뼈만 남은 채 분변과 사체가 쌓인 공간에 방치돼 있는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견주를 고발한 적이 있었다. 견주는 경찰에 불려갔고, 개들은 동물보호센터로 구조됐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경찰 조사도 제대로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견주는 시에 ‘개를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시는 다시 원래 주인에게 개를 돌려줄 것을 명령했다. 시는 현행 동물보호법 제18조에 ‘견주가 보호조치중인 동물에 대해 반환을 요구할 경우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중에는 개를 살해하면서 경력을 시작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동물보호법의 처벌 조항을 좀 더 강화해 미래의 커다란 범죄를 막는 것이 사회로 봤을 때 훨씬 이익이지 않을까. 있으나 마나 한 동물보호법을 제발 좀 뜯어고치자. 이는 개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위한 수정일 수도 있으니까.
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