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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반려인의 인성이 반려견을 구한다

등록 2019-01-02 09:43수정 2021-01-13 14:23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목줄 매지 않았다고 항의한 남성을 흉기로 찌른 반려인
그의 개는 어떻게 됐을까…모두에게 ‘인내심’이 필요한 때
견주가 아닌 분들도 지켜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개가 싫다고 하더라도
견주가 아닌 분들도 지켜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개가 싫다고 하더라도

2009년 10월10일 오후, 이아무개(64)씨는 개를 데리고 동네를 산책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가 개 목줄을 매지 않았다는 점. 길을 지나던 50대 남성은 여기에 대해 이씨에게 항의했다. 이씨가 사과하고 넘어갔다면 좋았겠지만, 이씨는 그 남성에게 오히려 화를 냈다. 싸움이 커졌고, 흥분한 이씨는 집으로 가서 낫을 꺼내왔다. 다행히 그 50대 남성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이씨는 여기서 그만뒀어야 했다. 하지만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던 이씨는 근처에 있던 남성 씨에게 “아까 여기 있었던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들이 언쟁을 벌이는 광경을 지켜봤던 씨는 이씨에게 “그가 어디 갔는지는 모르지만 당신이 개 목줄을 안 매고 다닌 게 잘못 아니냐?”며 따졌다. 여기서라도 자신의 잘못을 수긍했다면 좋았겠지만, 흥분이 가시지 않은 이씨는 씨의 등과 입 부위를 낫으로 찌르고 만다. ㄱ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출혈로 숨지고 만다. 경찰은 이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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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질 개 생각을 했다면

엉뚱하게 싸움에 휘말렸고, 또 바른 말을 하고도 유명을 달리한 씨의 명복을 빈다. 우발적이지만 잔인한 살인사건인 만큼 이씨는 그에 준하는 형을 받았을 것이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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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궁금한 것은 ‘문제의 발단이 된 개가 어떻게 됐을지’다. 대부분의 견주가 그렇듯 이씨에게 그 개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다. 더구나 이씨는 20년 전 부인과 헤어지고 자식과도 연락을 안한 채 살아가고 있었으니, 이씨에게 그 개는 더더욱 각별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씨는 그 개에게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이씨는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개에게 좋은 사료를 주고, 간식도 잘 챙겨줬을 뿐 아니라 산책도 자주 시켜줬다고 한다. 개한테 중요한 것은 사회적 지위의 높낮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자신에게 얼마나 관심을 쏟아주는가’이니, 그 개에게 이씨는 최고의 주인이었을 것이다.

그런 이씨가 구속됐으니, 혼자 남은 그 개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씨에겐 같이 사는 노모가 있었지만, 이씨의 나이로 추정컨대 그 노모가 개를 돌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낫을 가지러 자기 집까지 150미터를 달려가는 동안 그가 단 한번이라도 남겨진 개 생각을 했다면, 끔찍한 범죄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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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면…

개를 키우다 보면 이런저런 일에 휘말린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고, 그들 중 일부는 견주에게 다가가 심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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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파트 잔디밭에 개를 데리고 나갔을 때 한 할머니는 내게 이렇게 따졌다. “왜 개를 데리고 바깥에 나오는 거냐. 그 개가 너한테나 귀엽지, 다른 사람들은 안 귀엽거든? 제발 눈에 띄지 않게 해줘.”

인성이 여물지 못했던 난 그 당시 할머니에게 대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내 대응에 할머니가 혈압이 올라 쓰러지기라도 했다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도 있었을 테니까. 꼭 나이든 분이 아니라도 견주가 맞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에서 본 것처럼 작은 시비가 폭력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서 경찰서에 끌려가거나 맞아서 병원에 입원하는 것보다, 개와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상대가 개를 발로 찬다든지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무조건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그 자리를 모면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란 얘기다.

견주가 아닌 분들도 지켜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개가 싫다고 하더라도, 먼저 개를 때리진 말아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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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에게만 인내심을 요구할 순 없다

2014년 강서구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자. 오아무개(61·여)씨는 어린 손자와 함께 애완견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를 본 김아무개(39·남)씨는 “왜 개 목줄을 하지 않느냐”고 힐난하며 개의 머리를 때렸다.

개를 미워하는 분들에게 개를 사람처럼 여겨달라고 요구하진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이가 개를 자식에 준할만큼 예뻐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해 줬으면. 더불어 사는 사회니까. 게티이미지뱅크
개를 미워하는 분들에게 개를 사람처럼 여겨달라고 요구하진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이가 개를 자식에 준할만큼 예뻐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해 줬으면. 더불어 사는 사회니까. 게티이미지뱅크

오씨가 애완견을 감싸며 김씨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휘둘렀고, 김씨는 오씨의 목을 밀치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다. 개를 엘리베이터 바닥에 놓은 것도 아닌데 목줄로 시비를 걸며 개를 때린 건 좀 너무하지 않을까?

또 다른 사례다. 2016년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서아무개(43·여)씨는 목줄을 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박아무개(44·남)씨를 만난다. 술에 취해 있던 박씨는 개를 만지려고 손을 뻗었는데, 서씨가 만지지 말라고 만류하자 “만지지도 못하는 개XX를 왜 데리고 다니냐”며 개를 발로 걷어찼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심지어 박씨는 “어디 개XX가 사람 길을 막느냐. 개XX 죽여버리고 돈 물어주면 된다”면서 도망가는 서씨를 쫓아오며 폭력을 행사했단다. 두 사건 다 견주가 여성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한데, 이런 상황에서 견주에게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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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진 말아주시길

차제에 동물과 관련된 법도 개정될 필요가 있다. 개로 인해 사람이 피해를 입을 경우 견주에게 커다란 액수의 배상금을 물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개를 때렸을 때도 그에 합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현행법상 반려견은 사유재산 취급을 받기 때문에 폭행을 당해 다친다 해도 ‘손괴죄’로 몇 십만원 정도의 벌금만 부과되고 마는데, 이렇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박씨 같은 이가 마음껏 개를 때리는 게 아니겠는가?

개를 미워하는 분들, 님들에게 개를 사람처럼 여겨달라고 요구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가 개를 자식에 준할만큼 예뻐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해 주십시오. 더불어 사는 사회지 않습니까.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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