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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고양이는 왜 캣닙에 취할까

등록 2019-01-03 09:32수정 2019-04-02 10:32

[애니멀피플]조홍섭의 멍냥이 사이언스
개박하 해충 막는 화학물질이 뇌에 작용
성묘 70∼80%만 반응…개다래 충영도 효과
개박하 잎을 먹고 황홀경에 빠진 고양이. 한국 등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개다래의 벌레혹(충영)에도 그런 효과를 내는 물질이 들어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박하 잎을 먹고 황홀경에 빠진 고양이. 한국 등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개다래의 벌레혹(충영)에도 그런 효과를 내는 물질이 들어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실내 고양이는 단조로운 환경과 지루함, 외로움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는 자칫 공격성, 파괴, 지나친 그루밍 등 이상 행동과 비만 등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캣닙은 그런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묘약이다. 캣닙 냄새를 맡은 고양이는 마치 마약에 취한 듯 몸을 비비고, 구르고, 뛰어오르고, 침을 흘리기도 한다. 혹시 캣닙 성분에 중독성이나 독성이 있는 건 아닐까. 대체 캣닙의 정체는 뭘까.

캣닙은 꿀풀과 식물인 개박하를 가리킨다. 개박하는 천적인 곤충을 물리치기 위해 잎 뒷면의 미세한 분비샘에서 ‘네페탈락톤’이란 휘발성 물질을 만들어 낸다. 바로 이 물질이 고양이를 황홀경에 빠뜨린다. 콧속으로 들어간 네페탈락톤이 콧속 감각세포를 자극하고 그 반응이 뇌의 편도체와 시상하부에 전달돼 일종의 성호르몬처럼 반응을 촉발한다.

새끼는 성적으로 성숙하는 6달이 되어야 반응을 보인다. 이런 상태는 10분쯤 지속하며 이후 30분 동안은 캣닙에 무감각하게 된다. 이 물질에서는 어떤 중독성이나 유해성도 발견되지 않았다.

개박하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에 널리 분포하는 꿀풀과 식물로 천적에 대응해 분비하는 휘발성 기름에 캣닙 성분이 들어있다. 존 인네스 센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개박하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에 널리 분포하는 꿀풀과 식물로 천적에 대응해 분비하는 휘발성 기름에 캣닙 성분이 들어있다. 존 인네스 센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캣닙은 사자, 표범, 스라소니 등 다른 고양이과 동물에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동물원에서 스트레스에 빠진 이들 맹수의 ‘행동 풍부화’에 기여하기도 한다. 문제는 호랑이에는 약효가 없고, 고양이도 서너 마리에 한 마리꼴로 캣닙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이들에게 후각 자극을 선사할 대체품을 찾아 나섰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1906년 하버드대 식물원이 중국에서 들여온 다래나무과의 개다래를 고양이가 아주 좋아한다는 보고를 실었다. 이 식물은 일본에서도 고양이 자극제로 널리 쓰인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다래나무과 덩굴식물인 개다래. 고추 모양의 열매가 맺는데, 혹벌류가 기생해 혹처럼 부풀어 오른 열매에서 캣닙의 유력한 대체물질이 다량 검출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다래나무과 덩굴식물인 개다래. 고추 모양의 열매가 맺는데, 혹벌류가 기생해 혹처럼 부풀어 오른 열매에서 캣닙의 유력한 대체물질이 다량 검출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미국의 고양이 연구자인 세바스찬 볼 등 국제 연구진은 캣닙의 대체식물을 찾기 위해 개다래를 비롯해 분홍괴불나무, 쥐오줌풀 속 식물의 휘발성분을 정밀분석해 캣닙과 비교한 결과를 지난해 과학저널 ‘비엠시 수의학 연구’에 보고했다.

고양이 100마리와 호랑이 9마리에 먹인 실험 결과 개다래가 79%에서 반응을 보여 캣닙 68%보다 오히려 효과가 컸다. 캣닙이 에 반응하지 않는 고양이의 75%에서 개다래 효과를 봤다. 캣닙이 안 듣는 고양이의 3분의 1은 분홍괴불나무에 반응했다. 호랑이는 효과가 없었다.

개다래 줄기의 환각 성분에 빠진 고양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개다래 줄기의 환각 성분에 빠진 고양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주의할 점은 실험에 쓴 개다래는 ‘마타타비’란 품명으로 시판되는 개다래 목질부가 아니라, 개다래 열매에 마타타비란 이름의 혹파리과 곤충이 기생할 때 생기는 혹(충영)이라는 사실이다. 개다래가 혹병에 대항해 분비한 ‘액티니딘’이란 물질이 고양이에 환각을 일으킨다.

개다래의 줄기에는 혹보다 훨씬 적은 양의 액티니딘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에선 개다래 충영이 사람의 통풍 등에 효과가 있다며 많이 채취해 팔린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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