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다고 동물 학대하는 당신,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동물 학대하는 당신, ‘양아치’일 뿐이다
동물보호법은 정말 동물을 보호하는가

개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은 차고 넘친다.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지는 이유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자기 개를 학대하고 죽게 만든다 해도 신상에 불이익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아니까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1월, 새벽 0시 50분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뭔가 싶어 행인들이 다가가 보니 하얀색 강아지 세마리가 죽어 있었다. 확인 결과 그 강아지들은 18층에서 던져졌다. 범인은 27세 여성으로 지인들에게 개를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했단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말한다. “동물보호법(위반 여부)은 추후에 안정이 되면 입건해서 조사할 예정입니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2월 강릉의 한 애견센터에서 한 여성이 자신이 분양받은 강아지를 집어던졌다. 강아지는 바닥에 떨어졌고, 뇌출혈로 죽었다. 그녀는 그 개가 배설물을 먹는다며 환불을 요청했다가 사장이 이를 거부하자 집어던졌다고 했다.

경찰은 그녀가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란다. 사건이 이슈화하자 그녀는 “평생 반성하며 유기견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반성은 감옥에 가서 해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녀가 감옥에 갈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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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형 2년, 그마저도…

이들 이외에도 개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은 차고 넘친다. 가장 엽기적인 사건은 2016년 제주도에서 벌어졌는데, 60살 전후의 남성이 개를 차에 매달고 질주한 사건이었다. 다른 차들이 항의해 경찰이 출동했지만, 그는 죽은 개를 태연히 트렁크에 넣고 다시 갈 길을 갔다.

처벌이 세진다고 동물 학대가 아주 없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학대를 자행하는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에 따르면 그는 개를 산책시킨 것이며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산책을 했다고 말했단다.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앞으로는 도보로 산책을 하라는 권고가 다였다.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지는 이유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자기 개를 학대하고 죽게 만든다 해도 신상에 불이익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아니까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동물보호법이라는 아주 훌륭한 법이 있긴 하다. 훌륭하다고 한 건 결코 비아냥이 아닌데, 그 내용을 뜯어보면 좋은 말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동물 소유자가 동물을 버려서는 안 되며, 도구 등을 사용해 학대해선 안 된다 등의 미사여구가 동물보호법을 수놓고 있다.

문제는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것으로 법정형의 최대치가 고작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다 한들 실제로 징역을 사는 예는 없다. 재판이 끝난 사례 몇 가지만 살펴보자.

들고양이에게 끓는 물을 붓거나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물어뜯기게 하는 등 잔인하게 살해하고 이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20대 남자가 있었다 . 학대뿐 아니라 학대 장면을 게시까지 했음에도 그는 징역 4월 , 집행유예 2년 ,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 초범인 게 고려됐다지만 재범이었다고 해서 이 남자에게 징역형을 내렸을지 의문이다 .

오토바이에 개를 매달아 끌고 달린 60~80대 남성들이 있었다 . 이들에게 내려진 선고는 집행유예. 피고인들이 반성하고 고령이라 건강도 좋지 않다는 게 참작됐다는데 , 이들이 건강했던들 감옥에 갔을까 ?

주인이 있는 개를 죽인다 해도 처벌이 가볍긴 마찬가지다 . 술에 취해 쇠파이프로 이웃집 개를 때려죽인 남성에게 내려진 판결은 개값을 물어주고 부부와 자녀에게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는 차원으로 얼마간의 돈을 주라고 한 게 고작이다 . 여기에 적용된 법률은 재물손괴죄로 , 남의 집 개를 죽인 걸 물건을 망가뜨린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 이 법 역시 개의 견권을 보장하기엔 부족하단 얘기다 .

사정이 이러니 개를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동물학대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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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상대로 살인연습

물론 처벌이 세진다고 동물 학대가 아주 없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학대를 자행하는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는가?

동물 학대를 처벌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동물 학대가 사람을 해치는 범죄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청에서 프로파일러로 활동했던 권일용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외국의 연쇄살인범들을 보면 어릴 적 동물 학대가 있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있어요.”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로 연쇄살인마의 상징인 유영철은 개를 상대로 살인 연습을 했단다. 또 다른 연쇄살인마 강호순은 시베리안허스키를 키워 애견가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는 개농장을 운영하며 동물을 학대했고 수십 마리의 허스키들을 고의로 굶겨 죽이기도 했다.

차제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란 말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 보자. 이는 다른 동물도 두루 배려하라는 뜻이지, 학대할 권리가 있다는 게 결코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이 동물을 죽였을 때 미리 감옥에 넣었다면, 최소한 수감 기간만큼이라도 사람을 덜 죽였지 않았을까? 동물학대죄의 형량을 높이고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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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니까’ 학대해도 된다는 생각

다른 나라는 어떨까. 웬만한 나라들은 동물을 물건이 아닌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동물학대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나라도 있다. 동물의 권리가 존중받는 나라라야 사람도 존중받는다. ‘개니까 학대해도 된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사회에선 사람에 대해서도 ‘쟤는 못생겼으니까 괴롭혀도 돼’ ‘약하니까 죽여도 괜찮아’ 같은 위험한 생각이 잉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란 말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 보자. 이는 다른 동물도 두루 배려하라는 뜻이지, 학대할 권리가 있다는 게 결코 아니다. 자기보다 힘이 약하다고 다른 동물을 괴롭힌다면 그건 만물의 영장이 아닌, 양아치일 뿐이다.

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