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SK·애경 가습기메이트에 단독 노출된 동물, 사람 유사 증상 보이다 집단 폐사
생존 동물도 저산소증 등 증상 남아…“사람·동물 유해성 교차 확인된 증거”
SK·애경 가습기메이트에 단독 노출된 동물, 사람 유사 증상 보이다 집단 폐사
생존 동물도 저산소증 등 증상 남아…“사람·동물 유해성 교차 확인된 증거”
SK가 원료를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는 그동안 동물실험을 근거로 수사망을 피해갔지만 유해성을 입증하는 반려 동물 사례가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 7마리가 이유 없이 죽었다 20일 경기도의 한 카페에서 ‘애니멀피플’과 만난 ㄱ아무개씨(30)씨의 고양이 5마리는 현재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동물 가운데 살아남은 유일한 사례다. ㄱ씨는 2010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애경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했다. ㄱ씨는 2009년 고양이를 처음 입양했다. 그런 가운데 지인이 맡기고 찾아가지 않은 고양이들, 길에서 밥을 얻어먹다 ㄱ씨를 쫓아온 고양이까지 식구가 12마리로 늘었다. 복층 오피스텔에 살던 ㄱ씨는 본인과 고양이들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를 두 대 들여 아래·위층에 놓았다. 가습기 살균제도 매일 사용했다. 가습기는 ㄱ씨가 출근한 후에도 고양이들이 집에 있으므로 24시간 가동했다. 악몽은 2011년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나이가 1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취취’거리며 재채기를 시작하더니 식욕이 떨어지고 숨쉬기 어려워했다. 동물병원에 가니 초기에는 상부 호흡기 감염증을 의심했다. 고열에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하자 복막염을 진단했다. 병원에서는 복막염 바이러스는 습한 환경을 싫어하니 가습기를 더 세게 틀라고 했다. 하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몇몇 고양이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경련을 했다. 9월에 세 마리가 사망했다. 10월에 두 마리가 뒤를 이었다. 11월에 한 마리, 이듬해 초에 ㄱ씨가 처음으로 입양한 ‘루루’가 별이 되면서 악몽 같은 시간은 일단락됐다. 총 7마리가 죽어 나가는 동안 세 군데 병원에 다녔는데 모두 복막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오피스텔 1층에 있던 동물병원에서는 수의사가 ㄱ씨의 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복막염이 이렇게 한꺼번에 발생하긴 어렵다며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러 왔어요. 하지만 원인을 찾을 수는 없었죠.” 가습기 살균제 인체 피해가 공론화하기 전이었다. ㄱ씨의 몸에도 문제가 생겼다. 만성 기침과 비염을 앓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했지만 피해 인정 규모가 협소한 탓에 피해자 범위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살아남은 5마리 고양이는 이후로 늘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산다. _______
“정부 동물실험 한계를 극복하는 사례” 특조위는 생존 고양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5마리의 폐 CT 촬영을 하고 건강 상태를 진단한 해마루동물병원 ㄴ아무개 수의사는 “모두 콧물, 재채기, 기침을 하는 등 만성기관지염과 천식을 앓고 있다. 이 가운데 4마리는 저산소증이 온 것으로 보인다. 호흡기계 질환은 이 나잇대 고양이들에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태가 일반적인 노령성 변화로는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ㄴ수의사는 “폐에서 산소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말초 혈관에서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저산소증이 온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CT 사진상에서 폐섬유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만, 조직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폐섬유화가 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ㄱ씨 고양이 피해 사례와 사람 피해자 사례를 비교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 가정의 사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몇가지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주최로 2017년 9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가습기메이트 인체무해 부당표시광고 조사 중단한 공정위의 회의록 공개 기자회견’. 신소영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월 기준 1958명 ㄱ씨는 최근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특조위에 제출하려고 별이 된 7마리 고양이의 진료 기록을 다시 보기 시작한 그 날부터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발작하며 지르던 비명, 한밤중 병원 문이 닫혔을 때 집에서 주사기로 직접 복수를 뺐던 순간이 영상처럼 눈앞에 어른거린다. ㄱ씨가 덧붙였다. “저보다 피해가 크신 분들이 많아 늘 조심스러워요. 다만 우리 고양이들이 왜 죽었는지를 밝히면 가습기메이트의 유해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동안 잘못이 없다고 발뺌해 온 SK와 애경 등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이면 고양이들이 떠난 지 꼭 10년이 된다. 연이은 죽음의 이유가 은폐된 10년이기도 하다.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3월 기준 1958명(애경 1370명)에 달하지만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일체의 사과나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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