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이를 맞부닥치며 떨리는 소리를 내는 ‘채터링’을 한다. 그러나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창 밖을 내다보던 고양이가 갑자기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가볍게 벌리고 이를 빠르게 맞부딪치면서 높고 떨리는 소리를 낸다. 흔히 ‘채터링’으로 불리는 이런 행동은 먹잇감을 앞둔 고양이가 많이 한다. 왜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할까.
일단 이런 행동이 어디가 아프거나 잘못돼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고양이의 이해 못 할 다른 많은 행동처럼 정설이 없다. 채터링에 관해서도 실험을 통한 연구는 거의 없고 여러 가설이 난무한다. 진실은 이런 가설을 종합한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먼저 야생 고양이로부터 물려받은 사냥 본능이란 설이 있다. 창밖의 새를 보고 마치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를 내는 고양이도 있다. 야생동물보호협회(WCS) 과학자들은 브라질의 아마존 밀림에서 야생 고양이가 타마린원숭이의 소리를 흉내 내 여기에 이끌린 원숭이를 사냥하는 것을 목격했다.
창밖의 새를 보고 마치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를 내는 고양이도 있다. 야생 고양이로부터 물려받은 사냥 본능이란 설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남아메리카의 다른 고양잇과 포식자인 퓨마와 재규어도 그런 책략을 편다고 알려진다. 아무르호랑이는 반달가슴곰을 즐겨 잡아먹는데, 일부 호랑이는 반달곰의 소리를 내 유인한다고 한다. 최근 중국 동북부의 러시아 국경지대에 서식하는 호랑이 먹이를 조사한 결과 반달곰은 멧돼지나 사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체 먹이의 3%를 차지했다.
빠르게 이를 마주치는 행동은 고양잇과 포식자가 먹이를 죽일 때 송곳니를 깊숙이 박아넣는 행동이란 설명도 있다. 고양이는 날카로운 앞발로 상대로 움켜쥔 뒤 목 뒤를 물어 척수를 끊어 먹이를 죽인다. 사냥 과정에서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상대를 재빨리 죽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때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사냥감을 발견한 고양이의 심리상태를 표시하는 행동이란 설도 유력하다. 대상이 새나 쥐든, 나방이든 관심을 집중할 사냥감이 나타나면 걷잡을 수 없는 흥분이 몰려와 저도 모르게 낑낑대는 소리와 이를 부닥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먹이를 잡지 못할 상황에서 좌절감이 이런 행동을 낳는다는 설명도 있다. 유리창 밖에서 깡충거리는 참새를 보거나, 천장 전등 주변을 날아다니는 나방을 바라보며 애처롭게 이를 맞부딪친다면 이런 가설도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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