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개 식용 문화가 낳은 수원여대 유기견 깜순이의 비극
관련자들 축산법 상 처벌 가능성 낮아서 학생들 분통
개 식용 문화가 낳은 수원여대 유기견 깜순이의 비극
관련자들 축산법 상 처벌 가능성 낮아서 학생들 분통
수원여대 학생들에게 마스코트처럼 여겨졌던 깜순이는 유기견 시절을 보내다 돌봄을 받은지 5개월 만에 사람들에게 잡아 먹혔다. 트위터 ‘깜순이공론화’ 갈무리
오래 가지 않은 행복 안타깝게도 깜순이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5월 11일, 깜순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걱정된 학생들은 깜순이를 찾아 나섰고, 학교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답변을 듣는다. “A씨가 인근 농장에 입양을 보냈다. 입양 가서 잘 사니 관심을 끊어라.” 학생들은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겸 사진이라도 찍어 보내달라고 했지만, A씨가 했다는 대답은 너무나 궁색했다. “농장에 묶어 뒀는데 줄을 끊고 도망갔다고 한다.” 이 말을 믿을 수 없었던 학생들은 학교에 진실규명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양심의 가책에 괴로워하던 직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가 말한 깜순이의 진실은 충격이었다. 5월 11일 오전 9시 30분, 청소업체 직원들은 탑차에 깜순이를 태워 도축장으로 보냈다. 그곳에선 4만원을 받고 깜순이를 식재료로 가공했고, 그들은 그렇게 요리된 깜순이를 안주 삼아 동네 주민 2명까지 낀, 거창한 술 파티를 벌였다. 깜순이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 준 직원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것을.
깜순이는 수원여대 내 재활용폐기장에서 학생들의 돌봄을 받다 사라졌다. 수원여대 학생 제공
축산법 개정안, 개 식용 문화 끊어야 이 사건에 대해서도 그들은 ‘내 개를 내가 잡아먹는 데 무슨 문제?’라며 청소업체 직원들을 옹호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이들의 개과천선을 기다리기엔 너무 긴 세월이 필요할 터, 법의 힘으로 국민의 의식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침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 등이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법안은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으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전국에 1만개도 넘게 있다는 식용 개농장이 다 문을 닫게 되며, 개들은 언제 붙잡혀 개고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개를 먹는 야만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도 있게 되는데, 이렇게 좋은 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소, 닭, 돼지와 달리 개는 이미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반려동물로 자리 잡았다. 먹을 것이 없을 때야 어쩔 수 없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개를 먹을 이유는 없다. 실제로 지난 5월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발표한 ‘개고기 인식과 취식 행태에 대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개를 먹은 적이 있다는 사람의 비율은 20%도 안 된다. 정부와 국회에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자. 먼저 행동하지 않으면 그들은 움직이지 않으니 말이다. 서민 단국대 교수(기생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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