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부족하고 불안을 많이 느끼는 아이들은 개가 곁에서 듣고 지켜보는 것만으로 독서 능력이 향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옆에 앉힌 개한테 책을 읽어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국내외서 인기다. 훈련받은 개가 곁에서 가만히 들어주기만 할 뿐 어른처럼 지적이나 타박을 하지 않아서인지 아이들의 책 읽는 능력이 커진다는 평가가 많다.
이 프로그램의 출발은 1999년 미국의 ‘독서 교육을 돕는 개’(READ) 사업이었다. 이 단체는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아이들이 책 읽기를 싫어하거나 꺼리는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라며 “개는 그런 두려움을 이기게 해 준다”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모두 84마리의 치료용 개를 활용해 전국의 학교, 도서관, 유치원 등을 찾아가 독서를 돕고 있다. 개는 책 읽는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잘 들어준다. 평가하지 않고 조롱이나 비판, 야단을 치지 않는다. 아이는 눈치 보지 않고 제 속도로 읽는다. 개에게 읽어주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결국 책 읽는 재미도 배운다. 영국 최대 개 복지단체인 애견협회도 ‘짖기와 읽기 재단’을 만들어 학교에서 개를 이용한 독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개의 치유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개를 교실에 들이면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향상되고 공격적이거나 과잉행동을 줄어든다. 개가 곁에 있으면 책을 낭독할 때 혈압과 심장 박동이 낮아지는 진정 효과를 거둔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학습 효과를 엄밀하게 증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미국의 리드 프로그램을 평가한 미국 터프트대 수의학자들의 2017년 연구는 “특별한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샨텔 코넬 등 오스트레일리아 라트로브대 심리학자들은 6∼8살 아동을 대상으로 개의 학습효과를 엄밀하게 조사해 과학저널 ‘앤스로주’ 최근호에 보고했다. 놀랍게도 아이와 개가 일대일로 읽기를 한 경우와 교실에 그저 개 한 마리를 데려다놓았을 때의 학습효과가 비슷했다. 연구자들은 “개로 인한 독서능력 향상이 그동안 과대평가됐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단지 개가 교실에 있다는) 작은 변화가 효과를 거두었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는 읽기 능력이 평균 이하인, 그래서 자신감이 부족하고 불안을 많이 느끼는 아이가 가장 큰 효과를 보았다. 비교하고 판정하지 않는 개들의 ‘무능력’이 바로 개들만의 능력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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