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부산시 구포 개시장 폐쇄 현장 기록
잔인하고 비정한 개 식용 역사, 86개 생명으로 기억되다
잔인하고 비정한 개 식용 역사, 86개 생명으로 기억되다
부산 구포가축시장의 뜬장에 갇힌 개가 구조자와 교감하고 있다.
개소주 집 앞에 ‘진열’돼 있던 개들.
매일매일이 ‘디데이’였다 정말 많은 생명이 구포 가축시장에서 스러졌는데 마지막까지 희생을 이어갈 수 없었다. 카라는 뜻이 맞는 동료 단체들과 함께 구포 개시장의 조기 폐업과 개들의 구조를 약속했다. 그 이후로 피 말리는 나날이 이어졌다. 한 마리의 동물이라도 덜 도살될 수 있도록 길고 힘든 줄다리기를 지자체, 그리고 상인들과 계속했다.
살아서 갇혀 있는 개 옆에 ‘고기’가 된 개를 냉장 보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뜬장을 때려 부수는 소리가 그렇게 경쾌했다 7월1일 아침 8시30분에 4개 단체가 현장에 집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Korea), 동물자유연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브리핑 후 활동가 4명과 수의사 한 명이 있는 구조 팀 4개가 결성됐다. 구조 작업 중 홍역 진단을 받는 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바로 갈아입고 소독해야 해서 방역복과 장화를 착용했다. 날이 몹시 덥고 습해 땀이 뻘뻘 나더라도 다른 개들에게 홍역 바이러스를 옮길 수는 없었다. 바로 전날까지, 개들에게 ‘뜬장에서 나가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상인들은 쇠꼬챙이로 개의 몸을 꾹꾹 쑤시며 폭력과 공포를 각인시킨 후 개들을 뜬장 밖으로 끌고 나와 죽였다. 무력에 굴복해왔을 개들을 우리까지 급하다고 거칠게 다룰 수는 없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개들도, 사람이 무서워서 빙빙 도는 개들도 어르고 달래 뜬장에서 꺼냈다. 한 마리씩 차례차례 홍역 검사와 종합백신(DHPPL) 예방접종을 진행했다. 개들은 정말 너무나도 순했다. 난생처음인 이 순간들이 당황스러웠을 것이 분명한데도 입질 한 번 못하는 개들이 대부분이었다.
구조된 86마리 모두 홍역 검사와 종합백신을 진행했다.
구조된다는 사실을 아는 걸까. 개들이 웃는다.
86마리 개들의 새로운 시작, 그 이상의 의미들 구포의 마지막 개들은 2시간을 달려 구포에서 벗어났다. 위탁보호소에 도착해 단단한 땅을 딛고 시원한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니 피로감이 싹 가시는 것 같았다. 꼬리를 흔들며 관심을 갈구하는 개들과 구석에서 눈치를 살피는 개들의 모습, 모두 마음이 짠했다. 이런 개들은 정말 빠르게 사람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함께 유대관계를 맺으며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개들은 국내에서 입양처를 찾다가 가족을 찾지 못하면 해외로 입양을 갈 예정이다. 구포의 마지막 개들, 잔인하고 비정한 개 식용 역사의 생존자들이 이전의 나쁜 기억은 다 잊고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구포 가축시장에서 구조한 개들은 86마리다. 마지막 한 달 동안 우리가 살리지 못한 생명도 있지만 조기 폐업 협상 등 모두의 노력으로 73마리를 선제로 살렸다. 거기에 상인들이 남긴 13마리 개들까지 있어 다행이었다.
뜬장 밖에 나온 개가 낯선 표정으로 앉아 있다. 개들은 구조 상황에서 입질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순했다.
개도살장 철폐로, 개식용 종식으로 이제 모란시장에는 살아있는 개가 진열되거나 도살되지 않는다. 구포시장에는 지육조차 없다. 그러나 칠성시장에는 여전히 개들이 전시되고 도살되고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나는 그곳에서 무척 착하고 다정한 개를 만났다. 손을 내밀자 냄새를 맡고서는 의심 없이 손을 핥아주는 진돗개였다. 개 식용 반대 집회에 참여하느라고 시장을 몇 바퀴 돌고 한 시간 뒤에 다시 만났을 때는 멀리서부터 나를 알아보고 벌떡 일어나서 꼬리를 흔들던 애였다. 나는 이제 그 애가 세상에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개시장은 곧 도살장이고, 개들은 계류 기간을 오래 보내지 않고 죽어 개고기나 개소주가 되곤 하니까. 부산 구포시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그 애를 내내 생각했다. 내가 구할 수 없었던 존재. 내 마음속에 남은 그 애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개가 지금도 뜬장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의 다음 목표는 대구 칠성 개시장이다. 개시장·개도살장과 같은 개 식용 산업의 거점부터 빨리 사라져 헛되게 죽는 생명이 하나라도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물권행동 카라 김나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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