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윤정임의 보호소의 별들
무분별한 번식이 방치·학대·유기 악순환 낳아
무분별한 번식이 방치·학대·유기 악순환 낳아
지난 6월, 지속적인 학대와 방치로 개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9마리 개들은 모두 목숨만 붙어 있는 채 기구한 삶을 살고 있었다.
허가받은 사람이 동물을 키운다면? 해당 지자체는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현행법상 학대의 기준이 명확지 않고 검찰의 기소 또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동물 학대로 판단하면 그때 보호 조치를 고려하겠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동물자유연대와 대구지역 시민활동가들이 끈질기게 설득했고 7월1일 극적으로 보호 조치가 발동되었다. ‘반야월 할배 집’ 개들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개는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 시골에선 흔한 일이고, 도심에서도 후미지고 으슥한 곳엔 어김없이 방치된 개들이 있다. 도대체 이럴 거면 왜 키우냐고? 개가 너무 흔하고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으니 한 집 걸러 강아지가 계속 태어나고 태어난 강아지들은 이 집 저 집 보내져 비슷한 운명으로 살아간다. 기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개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병 걸려 죽거나, 개장수에게 팔아도 암컷 한 마리만 남기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니 개가 떨어질 날이 없다. 먹다 남은 음식물도 처리해주니 돈 들어갈 일 없이 세상 만만한 것이 이런 개들이다. 그리고 보호자가 주거지를 옮길 때 개를 버린다면, 개들은 줄에 묶인 채 굶어 죽거나 탈출해 들개가 돼 문제적 존재로 지목된다.
오물 범벅으로 시궁창 같은 바닥. 줄이 짧아 편히 눕지도 못하고 개가 올라가 있는 나무판자가 오물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대구시 반야월에서 구조한 9마리 개. 비슷한 생김이 자체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습을 합리화하지 말 것, 법과 정책 선행돼야 지능과 인지력이 높은 생명을 지독하고 끈질기게 괴롭히는 방치 학대는 우리 주변에서 만성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방치 사육으로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은 동물을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닌, 약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도덕성 마비, 저질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살아 있는 생명을 배려하지 않고 방치하여 학대하는 것을 관습으로 합리화해선 안 된다. 세대가 바뀌고 강산이 변해야 가능한 인식 개선을 안일하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법과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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