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자일리톨은 껌 등 식품뿐 아니라 치약 등에도 들어있어 주의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소통 전문가다. 자칫 개를 사람처럼 여기기에 십상이다. 그러나 마음은 잘 통해도 사람과 개는 몸이 많이 다르다.
사람이 먹기에 적합해도 개나 고양이에겐 독이 되는 식품이 적지 않다. 초콜릿, 술, 마늘과 양파, 포도와 건포도, 마카다미아너트 등은 대표적 예이다. 최근 부쩍 문제가 되는 것이 자일리톨이다. 알코올계 당으로 설탕보다 칼로리가 적고 충치 예방과 항균효과도 있어 설탕 대용품으로 널리 쓰인다. 껌과 캔디에 많이 넣는다. 최근에는 보습효과 등이 밝혀져 화장품 등에도 쓰인다.
주인이 먹거나 쓰는 건 무엇이든 따라 하려는 반려견이 자일리톨을 삼키는 일도 잦아졌다. 문제는 사람에게 좋은 이 화학물질이 개를 죽게 하거나 심하게 앓게 만드는 독이라는 사실이다. 개나 사람이나 췌장에서 분비하는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한다. 그러나 개는 사람과 달리 자일리톨을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급증해, 10∼60분 안에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내버려 두면 목숨이 위험해진다.
박희명 건국대 수의대 교수팀은 2008년 12월 ‘한국 임상수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자일리톨 껌을 먹고 반려견이 사망한 2건의 사례를 보고했다. 4살짜리 수컷 코커스패니얼 한 마리는 자일리톨 껌을 무려 45개나 먹었다. 이틀 동안 별 증상이 없던 개는 사흘째 되던 날 구토, 거식증, 다뇨증 등의 증상을 보여 입원했다. 수의사들의 노력에도 이 개는 5일째 급성 신장·간장 장애로 숨졌다. 5살 난 슈나우저 품종 수컷도 자일리톨 껌 7개를 먹고 구토와 무기력증 등을 보였는데, 역시 간장 부전으로 사흘째 숨졌다.
개는 체중 1㎏당 0.1g의 자일리톨만 먹어도 저혈당증에 빠지고, 0.5g이면 간 괴사를 일으킨다. 건대 연구진은 “자일리톨은 아주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즉시 토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최근 “개가 자일리톨을 먹었다면 즉시 수의사를 찾아 응급처치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자일리톨은 껌에만 든 것이 아니다.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빵, 치약, 땅콩버터, 구강 세척제, 씹는 비타민에도 있다.
조홍섭 기자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