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1022개 단어 구분 15살 보더 콜리, 23일 자연사
“잘만 가르치면 개는 훨씬 더 영리하다”
1천개 이상의 단어를 구분하는 능력을 지녔던 보더 콜리 품종의 개 체이서(사진)가 최근 숨졌다. ‘체이서, 보더 콜리’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인간이 아닌 동물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억력을 지닌 것으로 시험을 통해 확인된 개인 ‘체이서’가 23일(현지 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의 자택에서 숨졌다.
체이서를 훈련해 온 존 필리 워포드대 심리학 명예교수의 가족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 페이지는 28일 “2주일 전쯤부터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23일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올해 15살로 양치기 개 보더 콜리 품종 암컷인 체이서는 봉제인형 장난감, 공, 프리스비 등 1022개 물체의 이름을 구분했다. 지난해 타계한 필리 교수는 체이서가 5개월일 때부터 3년 동안 하루 4∼5시간씩 이들 물체를 보여주고 최고 40번까지 그 이름을 불러 기억하게 한 뒤, 숨긴 물체를 찾아오게 하는 식으로 훈련했다.
■ ‘피비에스(PBS)’ 과학 프로그램 ‘노바(NOVA)’에 출연한 체이서(2018년 유튜브 동영상)
필리 교수의 딸인 비안키 필리는 “사람들이 체이서에 대해 꼭 알았으면 하는 건 체이서가 특별하지 않은 개라는 점”이라며 “특별한 건 가르치는 방법이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필리 교수는 2014년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중요한 건, 개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영리하며, 시간을 갖고 끈기 있게, 또 아주 즐겁게 강화하도록 한다면 개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눈밭의 체이서. 비안키 필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물 인지 과학자들은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울 때 새 단어의 뜻을 대충 빨리 기억하는 기법을 쓰는데, 개들도 이런 능력을 지녔다고 본다. 또 개들이 명령과 보상의 단순한 조건반사를 넘어 배운 단어의 의미를 신경학적으로 처리한다는 사실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장치(fMRI)를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개는 정말 사람 말귀를 알아들을까).
체이서는 필리 가족이 그동안 기르다 숨진 개와 필리 교수의 재 일부와 함께 이 집 뒤뜰에 묻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