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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 토끼, 고통 속에 빨리 죽는다

등록 2019-10-15 15:09수정 2019-10-15 15:15

[애니멀피플]
애완용 토끼 평균 수명 4.3년
최대 사망원인 ‘구더기 증
가장 흔한 증상 ‘웃자란 어금니’
집토끼를 육종한 애완 토끼는 가축화의 역사가 짧아 아직 포식자를 두려워하는 겁많은 초식동물처럼 행동한다. 아이에게 좋은 애완동물이 아닌 이유다. 게티이미지뱅크
집토끼를 육종한 애완 토끼는 가축화의 역사가 짧아 아직 포식자를 두려워하는 겁많은 초식동물처럼 행동한다. 아이에게 좋은 애완동물이 아닌 이유다. 게티이미지뱅크
큰 눈과 복슬복슬한 털이 귀여운 데다 ‘관리가 쉽다’는 입소문을 타고 애완용 토끼 기르기가 인기다. 그러나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지 않을 뿐 많은 애완용 토끼가 고통 속에 제 수명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댄 오닐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박사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수의학 기록’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107개 동물 병원을 찾은 애완용 토끼 6349마리를 진단한 결과를 분석해 토끼에게 가장 흔한 질병과 사망원인을 밝혔다.

그 결과 애완용 토끼는 지나치게 길어진 발톱과 이, 소화기관과 피부 질환으로 고통을 겪으며, 평균 수명이 4.3년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애완용 토끼는 집토끼를 50여 품종, 500여 변종으로 육종한 것으로, 품종에 따라서는 선천적인 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토끼는 결코 아이들에게 좋은 반려동물이 아니”라며 “동물복지를 위해 반려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 반려 토끼의 가장 흔한 사망원인은 ‘구더기 증’으로 10.9%를 차지했고 이어 거식증(4.9%), 갑작스러운 쓰러짐(4.9%), 혈행 정체(울혈, 4.3%) 등으로 나타났다. 또 토끼가 병원을 찾은 가장 흔한 의학적 원인은 발톱이 지나치게 길게 자라는 증상이 1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지나치게 자란 어금니(7.6%), 더러운 엉덩이(4.5%), 지나치게 자란 송곳니(4.3%), 장관 막힘(4.2%) 등이었다.

거친 먹이나 쏠아댈 재료가 부족하면 토끼의 이가 걷잡을 수 없이 길어질 수 있다. 우웨 가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거친 먹이나 쏠아댈 재료가 부족하면 토끼의 이가 걷잡을 수 없이 길어질 수 있다. 우웨 가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구더기 증’이란 쇠파리 등이 토끼의 습기 차고 더러운, 또는 상처 부위에 알을 낳으면, 12시간 이내에 알에서 깨어난 구더기가 토끼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조직을 먹어치워 죽음으로 이끄는 것을 가리킨다. 집 밖에서 토끼를 키울 때, 또는 엉덩이를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을 때 자주 일어나는 감염이다. 거식증은 치아 질환, 위궤양, 호흡기 질환으로 토끼가 먹이를 먹지 않는 증상이다.

이런 질환은 근본적으로 가정에서 야생 토끼 때부터 간직한 생활 욕구를 충족하지 못해 일어난다. 야생 토끼가 하루에 돌아다니는 면적은 2000㎡에 이른다. 가정에서는 토끼장이 커봐야 2㎡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토끼 2마리에게는 적어도 가로 3m, 세로 2m, 높이 1m의 토끼장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끊임없이 자라는 이와 발톱을 갈아낼 수 있는 거친 먹이와 재료가 없으면 발톱과 이가 너무 자라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주식인 건초 대신 곡식·견과·과일을 섞은 형태의 사료를 주면 토끼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먹어 비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토끼는 사회성 동물이어서 적어도 한 쌍을 함께 길러야 하는데 외톨이로 기르는 것도 동물복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또 기본적으로 먹이동물인 토끼는 아파도 공연히 포식자의 눈길을 끌 아픈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다. 따라서 겉으로 건강해 보여도 진료해 보면 여러 건강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애초 집토끼를 토끼장에서 기르기 시작한 것은 단기간 키워 고기를 얻기 위해서였다. 좁은 우리에서 외따로 장기간 기르는 것은 동물복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애초 집토끼를 토끼장에서 기르기 시작한 것은 단기간 키워 고기를 얻기 위해서였다. 좁은 우리에서 외따로 장기간 기르는 것은 동물복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토끼에 대한 무지와 부실한 관리로 인해 토끼의 평균 수명은 4.3년에 그쳤다. 집토끼 가운데 14.4년까지 산 기록에 비추어 매우 짧은 편이다. 연구자들은 “잘 기르면 토끼는 10년까지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오닐 박사는 “오랫동안 토끼는 복슬복슬하고 귀여우며 수동적이고 최소한으로 돌보면 되는 아이들의 완벽한 애완동물로 간주해 왔다. 정원에 토끼장을 두고 혼합사료를 먹이면 그냥 잘 자라는 거로 말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런 수준의 돌봄은 동물복지 측면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토끼는 손꼽히는 반려동물로 자리 잡았다. 케이비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8년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토끼는 개·고양이와 물고기, 햄스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비중이 큰 반려동물로 나타났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O'NEILL, D. G., CRAVEN, H. C., BRODBELT, D. C., CHURCH, D. B. & HEDLEY, J. 2019. Morbidity and mortality of domestic rabbits (Oryctolagus cuniculus) under primary veterinary care in England. Vet Record. https://doi.org/vetrec-2019-10559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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