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품종견의 하나인 세인트버나드(오른쪽)와 치와와. 수명은 각각 10년과 15년으로 몸집 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컵에 쏙 들어가는 티컵 푸들은 몸무게가 0.46㎏이지만 자이언트 마스티프는 90㎏에 이른다. 개는 같은 종이면서 품종에 따라 몸무게가 200배나 차이 나는 유일한 동물이다. 지난 200년 동안 사람이 원하는 크기와 색깔, 습성을 위해 육종한 결과이다. 이처럼 다양한 크기를 관통하는 법칙이 있다. 작은 품종의 개는 오래 살고 큰 품종은 단명한다는 것이다.
실반 우르퍼 미국 워싱턴대 수의학자 등은 미국에서 동물병원을 찾은 200만 마리가 넘는 개의 기록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런 현상을 확인했다고 ‘미국 동물병원협회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개의 수명과 관련해 가장 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 소형견의 수명은 중간값이 14.95년인데 견줘 초 대형견은 11.11년에 불과했다.
최장수 품종은 닥스훈트로 15.2년이었고, 시츄 15.08년, 치와와 15.01년, 몰티즈 14.7년, 요크셔테리어 14.62년 등 소형 종의 수명이 길었다. 반대로 초대형 품종인 그레이트데인은 9.63년으로 최단명이었고, 대형인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13.27년, 독일 셰퍼드가 12.46년, 중형인 비글은 14.06년으로 나타났다.
믹스견은 순종보다 오래 살았지만, 몸 크기보다는 수명에 덜 중요했다. 작은 순종이 큰 믹스견보다 오래 살았다. 또 중성화한 개, 특히 암컷은 그렇지 않은 개보다 장수했고, 정기적으로 치아 스케일링을 한 개도 오래 살았다.
큰 개가 단명한 이유는 빠른 성장이 노화를 가속하기 때문이다. 그레이트데인은 태어난 첫해 몸무게가 100배로 는다. 푸들 20배, 사람 3배에 견줘 엄청난 속도다. 대사가 빨라지면서 쌓인 유리기가 세포와 디엔에이를 손상해 암을 일으킨다. 빠른 성장은 또 고관절 이상 등 골격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순종을 만들기 위한 광범한 근친교배도 정자 기형, 생식 질환 증가 등 부작용을 낳는다. 최근 연구에서 큰 품종일수록 근친교배 수준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 종 안에서 작은 개체가 오래 사는 현상은 개뿐 아니라 말과 쥐, 사람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나 동물 전체로는 큰 종이 장수한다. 고래와 코끼리는 대사가 빠른 쥐보다 노화가 느리고 악성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능력이 있어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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