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
‘유기견 사업’ 애린원 실체 안 뒤
3년간 투쟁…지난해 철거 완료
케어 사태·서울대 사역견 실험 등
2019년 동물권 주요 이슈 이끌어
“철거, 구조는 끝이 아닌 시작
보호소 동물복지 수준도 높여야”
‘유기견 사업’ 애린원 실체 안 뒤
3년간 투쟁…지난해 철거 완료
케어 사태·서울대 사역견 실험 등
2019년 동물권 주요 이슈 이끌어
“철거, 구조는 끝이 아닌 시작
보호소 동물복지 수준도 높여야”
‘비구협 포천쉼터’에서 만난 유영재 대표(왼쪽)과 지난해 9월25일 철거 직전 애린원 모습. 당시 애린원에는 1천여 마리가 넘는 유기견들이 살고 있었다. 사진 김지숙 기자, 전헌균 EPA 한국주재기자
두 마리 비글이 이끈 애린원 해체 “어릴 때부터 곁에 개가 없었던 적이 없어요.” 최근에는 평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의 개들이 그와 함께하고 있다. 바로 애린원 1600여 마리의 개들이다. 국내 최대규모 유기견 사설보호소였던 애린원은 ‘개들의 지옥’이라 불리던 곳이다. 지난해 9월25일 철거된 이곳에 현재는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가 들어서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포천시 옛 애린원 부지에 마련된 임시쉼터에서 유영재 비구협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철거 당시 열악한 모습으로 충격을 안겼던 보호소 내부는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보호소 내부와 야산을 몰려다니던 개들은 안전하게 견사로 들어갔고, 되는대로 지어 올렸던 뜬장들도 모두 사라졌다. 개들은 크기와 암수별로 총 4개 동 36개 섹션으로 나뉘어 수용되어 있었다. 노령견과 산모견, 아픈 개들을 위한 쉼터도 각각 따로 마련되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해 케어 무분별 안락사, 서울대 복제견 실험, 애린원 철거 등 굵직한 동물권 이슈를 이끌었다. 지난 6일 애린원 부지에 임시로 지어진 ‘비구협 포천쉼터’에서 만난 유영재 대표가 쉼터 곳곳을 안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철거된 애린원에는 1천여 마리가 넘는 유기견들이 살고 있었다. 사진 전헌균 EPA 한국주재기자
지난해 9월25일 사설유기견 보호소 애린원 철거 당일 한 수의사가 개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 전헌균 EPA 한국주재기자
케어 사태, 서울대 복제견 실험도 폭로 애린원에는 이미 3천여 마리의 유기견이 살고 있었다. “동물권 활동가 중에 애린원 봉사 안가고, 후원 안 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모두 문제는 알고 있었지만, 해결법이 없었던 거죠. 저는 아무리 감당하기 힘든 개체 수라도 일단 일을 시작하면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뜻이 있으니까.” 2017년 2월 애린원 해체를 위한 단체 생명존중사랑실천협의회(생존사)를 결성했다. 3년여간 애린원 해체를 위해 지난한 투쟁을 이어갔다. 2019년은 유 대표와 비구협에 여러모로 뜻깊은 한 해가 됐다. 행정적 어려움과 여러 고소·고발이 이어졌던 애린원이 마침내 철거됐다. 동물단체 케어의 무분별 안락사를 폭로했고, 서울대 이병천 교수의 국가 사역견을 이용한 복제견 실험의 문제성도 널리 알렸다. 생긴 지 4년이 조금 넘은 작은 단체로서는 큰 성과였다.
지난해 4월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동물단체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생물 자원연구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학대 실험 의혹’을 받는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견물생심”…만나면 달라진다 비구협은 40여명의 자발적 활동가들로 이뤄진 작은 단체다. 애린원 철거 전까지는 급여를 받는 상근활동가라고 할 만한 직원이 거의 없었다. 현재는 1천 마리가 넘는 개들을 돌보기 위해 직원이 늘어난 상태지만, 이전까지는 4명의 스태프와 30여명의 코디네이터가 협력해 비구협의 모든 활동을 꾸려왔다. “단체의 원동력이라고 하면 구성원들의 헌신적 노력, 노고인 것 같아요.” 그는 작년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내부적으로 가장 잘했다고 자부하는 것이 입양·임시보호라고 했다. 그는 활동가들의 노력 덕분에 쉼터의 동물복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150여 마리가 사는 비구협 논산 보호소도 한때는 개체 수가 250여 마리까지 늘어났었다. 같은 시설에 개체 수가 늘어나면 복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애린원 개들의 입양, 임시보호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SNS계정.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해 케어 무분별 안락사, 서울대 복제견 실험, 애린원 철거 등 굵직한 동물권 이슈를 이끌었다. 지난 6일 애린원 부지에 임시로 지어진 ‘비구협 포천쉼터’에서 만난 유영재 대표가 쉼터 곳곳을 안내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애린원 아이들을 ‘미래의 땅’으로 현재 포천쉼터는 ‘애린원 아이들’의 임시적인 집이다. 비구협은 임시쉼터의 개들을 올 상반기에 새 보호소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 대표는 애린원 개들에게 포천쉼터가 ‘약속의 땅’이었다면, 개들이 옮겨갈 새 보호소는 ‘미래의 땅’이라고 말했다. “철거하고 구조했다고 끝이 아니라고 봐요. 보호소 자체의 동물복지 수준도 지금 비구협 논산쉼터까지는 끌어 올려야죠. 모든 걸 하루아침에 하려고 하니까 문제예요. 5년~10년 계획을 잡으면 절대 못 이룰 꿈이 아닙니다.” 포천/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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