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꼬리를 흔드는 이유는 항문샘의 신호물질을 퍼뜨리기 위해서다. 항문샘에서는 성별, 나이, 번식기 여부 등 중요한 개체 정보가 담겨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꼬리 흔들기는 개가 사람과 소통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주인을 만나거나 간식을 얻어먹을 때 꼬리를 활기차게 내젓는다. ‘개가 왜 꼬리를 흔드냐’고 물으면 ‘행복해서’란 답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개는 즐겁지 않을 때도 꼬리를 흔든다. 감정 상태에 따라 꼬리를 흔드는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꼬리 흔들기는 개의 의사소통 수단이자 ‘마음의 창’이기도 하다.
개는 동료와 냄새로 소통한다. 개는 저마다의 성별, 나이, 번식 준비 상태 등의 정보를 담은 휘발성 화학물질인 페로몬을 직장 양옆에 달린 항문샘에서 분비한다. 다른 개와 만나면 먼저 꽁무니에 머리를 들이미는 이유이다.
직장을 통과하는 대변에도 분비물이 묻어있어 당연히 배설물도 주요 관심사다. 개가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 직장의 항문샘을 압박해 페로몬이 풍겨 나온다. 낯선 개나 주인을 만나 꼬리를 살랑거린다면 개인정보가 담긴 명함을 건네는 셈이다.
개의 꼬리는 달릴 때 균형을 잡고 헤엄칠 때 키 구실을 하기도 하지만 주요 기능은 의사소통이다. 개는 꼬리를 흔드는 방식을 달리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아주 기쁠 땐 프로펠러처럼 돌리기도 하지만, 공격을 경고하기 위해 꼬리를 치켜세우고 빠르고 날카롭게 휘두르기도 한다. 겁먹은 개가 꼬리를 내리깔거나 다리 사이에 끼울 때, 우리 코로는 못 맡지만 ‘더 다가오면 물겠다’는 경고 페로몬이 풍겨 나왔을 것이다.
최근 밝혀진 꼬리의 놀라운 비밀은 감정 상태에 따라 흔드는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바리 알도 모로대 연구자들은 2007년 실험을 통해 개가 주인을 만나는 등 긍정적인 상황에선 꼬리를 주로 오른쪽으로 흔들고, 낯선 큰 개를 만나는 등 부정적 상황에서 왼쪽으로 흔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나아가 2013년에는 다른 개가 왼쪽으로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본 개는 불안감을, 오른쪽으로 흔드는 모습을 본 개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현상은 개의 좌뇌가 접근 행동을, 우뇌가 후퇴 행동을 관장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반가운 이를 보고 다가서면 좌뇌가 활성화해 꼬리를 오른쪽으로 흔든다. 개의 기분이 어떤지 모르겠거든 꼬리를 어느 쪽으로 흔드는지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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