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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고양이가 코로나19 숙주? ‘실험적 감염’은 증거 아냐”

등록 2020-04-20 10:07수정 2020-05-03 13:20

[애니멀피플] 포스트 코로나19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묻다 ①
‘종간 전파’ 전문가 송대섭 교수
“고용량 바이러스로 진행한 실험일 뿐…불안할 필요 없어”
현실 사례 보고 없지만 아플 땐 동물에게도 ‘거리두기’ 필요
고양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 전파가 현실에서 일어나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거라고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말했다. 다만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증상이 있을 경우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남종영 기자
고양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 전파가 현실에서 일어나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거라고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말했다. 다만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증상이 있을 경우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남종영 기자
코로나19 감염병이 세계로 퍼지는 가운데 중국 하얼빈수의학연구소에 개, 고양이, 닭, 오리, 돼지, 족제비 등이 실험실로 들어왔다. 동물들에게 고농도의 주사가 접종됐다. 거기에는 코로나19 감염병을 일으킨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 있었다.

이달 초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이 실험 결과는 현재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연구 결과를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개, 닭, 오리, 돼지 등은 감염되지 않았다. 반면 고양이, 족제비는 비강, 편도선, 폐, 장, 배설물 등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감염된 고양이의 케이지 옆에 놔둔 고양이들에게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아마도 침방울(비말)을 통하여 다른 고양이에 전파된 것으로 보였다.

이른바 ‘질병 엑스(X)’의 시대다. 우리가 모르는 인수공통감염병이 바이러스와 세균을 타고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사람에게서 동물로 이동하고 있다. 과학은 툭 하면 변이를 일으켜 빠르게 확산하는 바이러스를 쉽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실험 결과도 진실의 한 조각일 뿐이다. ‘고양이 집사’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가디언 등 유력 매체들은 동요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뭐든 제대로 알아야 안심이 되는 법이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종간 전파 전문가인 송대섭 교수(고려대 약대)를 만나기 위해 16일 세종시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그는 이미 국내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연구에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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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감염’은 무엇을 말하나

—애초 언론 보도가 엇갈리면서, 개, 고양이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느냐를 두고 혼란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언스>에 논문이 나왔는데.
“고양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라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아니다. 그야말로 실험적 감염이다. 비강에 고용량의 바이러스 10만피에프유(PFU·플라스크형성단위)를 접종했다. 현실에서 고양이가 접할 수 있는 바이러스양이 아니다. 생각해 보라. 내가 재채기를 했는데, 고양이의 콧속으로 들어가 감염이 됐다. 그게 10만PFU 정도 될 바이러스이냐? 그건 아니거든.”

—현실에서 노출이 불가능한 바이러스양이란 말인가?
“그렇다. 이 논문의 의의는 실험적인 조건에서 개와 고양이 등에게 접종했더니, 고양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수성이 높더라는 것이다.(그는 ‘실험적인 조건’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고양이가 본격적인 숙주가 될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고양이에게 증상도 없었고?
“고양이도 칼리시바이러스 같은 것에 걸리면 증상이 심하게 온다. 기침도 심하게 하고 콧물 흘리면서 가르릉 가르릉하고… 하지만 고용량의 바이러스를 투입했음에도 그런 증상은 없이 가볍게(mild) 나타났다고만 했다. 고양이끼리의 감염도 3마리 중 1마리만 됐다. 이 정도의 고용량에 증상도 거의 없었다면, 개체 간 전파가 잘 된다고 볼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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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감염 사례 없어”

—그래도 고양이는 감염됐다는 것 아닌가?
“그건 맞다. 현실에서 바이러스에 그렇게 높게 노출될 가능성은 없지만, 여하튼 고양이 감염이 확인됐기 때문에, 코로나19 유증상자가 고양이에게 접근할 때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실험을 ‘병원성 재현 실험’이라고 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것이지.”

—그럼 고양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본격적으로 감염되어 전파하는 걸 확인하려면 어떤 실험이 필요한가?
“바이러스의 최소감염량(MID·Minimum Infectious Dose)을 알아보는 다음 단계의 실험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이번에 10만PFU의 고용량을 투입했다면, 1만, 1천, 1백… 이런 식으로 용량을 달리해 바이러스의 검출과 증상 여부를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실제 생활에서 오갈 바이러스양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감염 및 유증상 사례가 많은지를 보는 것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200만명이 넘었다. 고양이의 경우 침실을 공유하는 비율이 60%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럼 고양이의 피해 사례가 속출해야 한다. 그런데,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적은 수의 토픽성 뉴스밖에 없지 않은가?”

송대섭 교수가 자신 있게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그 또한 국내 반려동물에서 샘플을 채취해 위해도 검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 건수가 많지 않고 연구 중이라 발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는 “아직 나온 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비슷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했던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어땠나?
“증상은 없고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이른바 ‘무증상 감염’ 고양이가 상당수 관찰됐다. 이번에는 실제 사례가 나온 게 없기 때문에 그보다 낮은 단계다.”

—그럼, 반려묘나 길고양이 집단이 ‘바이러스의 저수지’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되나?
“그러려면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에서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고양이가 숙주라고 하기엔 케이스가 너무 적다. 홍콩에서 반려 고양이가 죽었다고 보도가 나왔는데, 기저질환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했을 수 있다. 무엇보다 고양이에서 사람 방향으로 감염이 확인되지 않았다. 불필요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중국 하얼빈수의학연구소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고양이 감염과 고양이끼리의 전파가 실험실 환경에서 확인됐다고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를 통해 밝혔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중국 하얼빈수의학연구소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고양이 감염과 고양이끼리의 전파가 실험실 환경에서 확인됐다고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를 통해 밝혔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막연한 두려움은 보살핌의 손길을 거두게 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감염병 사태로 동물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동물원들의 경영난으로 동물들의 삶이 위태해졌고, 미국에서는 평소 밥을 받아먹던 길고양이들이 방치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권고를 해달라.
“증상이 있다면 고양이와 접촉을 삼가라. 아플 때는 뽀뽀하지 말고, 만질 때 손을 씻어라. 길고양이를 관리하는 캣맘들도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는 게 좋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코로나19 예방 생활수칙을 반려동물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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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로 연결된 운명

—동물이 사람에게 감염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이 동물에게 감염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네.
“단지 이번 사태 때문만이 아니라 ‘내가 아프면 반려동물을 만지면 안 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감기만 걸려도 개, 고양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테면, 계절 독감(H3N2)은 병원성이 개에게서 굉장히 세다. 개와 함께 침실을 쓰면, 개도 그냥 독감에 걸리는 거다. 쉽게 말해 개의 사람에 대한 감염력이 1이라면, 사람의 개에 대한 감염력은 100이다. 우리는 그동안 항상 동물로 인한 인간의 피해만 강조했지, 그 반대의 경우는 생각하지 않았다. 동물이 사람에게 전염을 일으키는 게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이라면, 역인수공통감염병(reverse zoonosis)의 잠재력도 크다. 둘 다 관심을 가져야 인간 동물 모두 건강할 수 있다.”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만져보는 야생동물 카페가 성업 중이다.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뿐만 아니라 그곳도 인수공통감염병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
“야생동물 카페가 늘어났지만, 한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람과 동물의 접점이 중국 등보다 크지 않긴 하다. 돼지를 1m 안에서 만난 적이 있나? 대부분 없을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몇 차례 있었지만, 아직 사람 감염자는 없었다. 축산업과 일반의 영역이 많이 겹치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과했던 게 야생동물 카페다. 이 시설에 유입되는 동물에 대한 이력을 투명하게 해야 하고, 또한 검사도 벌여야 한다. 규제를 받지 않고 아무 동물이나 갖다두는 것은 공중보건학적 위험을 초래한다.”

—앞으로도 인수공통감염병은 더 자주 일어날까?
“코로나19 사태가 왜 이렇게 크게 폭발했을까? 사태 초기 이 병이 세계에 알려지기 전, 이미 수백만의 숙주가 세계로 퍼져나갔다. 과거와 달리 교통의 발달로 빠르게 숙주가 퍼져나갈 수 있는 환경이다. 이른바 ‘질병 엑스(X)의 시대’다. 코로나 같은 변이가 쉬운 RNA바이러스는 앞으로도 더 많이 퍼져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무언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동물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바이러스’로 연결된 운명 공동체다.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하나로 보는 관점(원 헬스)이 생활 속에 들어와야 한다고 송대섭 교수는 말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온라인 강의를 위해 컴퓨터를 켜고 학생들에게 인사를 시작했다.

세종/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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