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며 주인을 알아보고 감정상태를 파악한다. 오랜 가축화 과정에서 얻은 형질이다. 클립아트코리아
퇴근길 주인이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기 전부터 개는 현관 앞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눈으로 보기도 전 발걸음 소리와 문 여는 방식, 그리고 체취의 작은 차이로 누가 오는지 안다. 개의 감각 가운데 시각은 후각과 청각보다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는 시각을 통해 주인의 얼굴을 읽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사회성 동물에게 동료의 얼굴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누구의 등을 긁어줬는지 알아야 다음에 등을 들이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쉽게 잊는 사람도 얼굴을 보면 누구인지 거의 기억해 낸다. 사람은 뇌의 측두엽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부위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 가운데는 자신의 동료뿐 아니라 사람의 얼굴도 잘 기억하는 종이 있다. 사람이 가축화한 개, 양, 말 등이 그렇다.
개는 이들 가축은 물론 침팬지 등 영장류보다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은 개의 인지능력이 적어도 유아 수준을 넘어선다는 걸 잘 안다. 개는 잘 아는 두 사람의 얼굴 차이를 안다. 낯선 사람이 오면 그 얼굴을 아는 사람보다 더 오래 쳐다본다. 사람의 표정이 웃는 낯인지 찌푸린 표정인지 구별한다. 표정에서 나타난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다.
먹을 걸 들고 있는 여러 사람 가운데 눈이 마주친 사람에게 달라고 조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마스크를 쓰는 등 얼굴을 가리면 주인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얼굴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이 모든 능력이 훈련 이전에 타고난 것이다.
로우라 쿠아야 등 멕시코 국립자치대학 신경생물학 연구진은 개의 이런 능력이 두뇌 속에 있음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훈련한 개 7마리를 대상으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사람의 얼굴과 일상적인 사물을 보인 뒤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하는지 알아봤다. 과학저널 ‘플로스 원’ 2016년 3월2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얼굴을 보았을 때만 뇌의 측두엽이 반응했다고 밝혔다. 개는 사람 얼굴을 알아보기 위한 전용 부위를 뇌에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그 덕분에 개는 사람의 실제 얼굴이 아닌 사진을 보여 주어도 주인을 알아챈다. 3만년의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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