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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유기견을 개고기로? 집 잃은 개 팔아넘긴 시 보호소

등록 2020-07-27 16:36수정 2020-07-27 18:10

[애니멀피플] 정읍시 위탁 보호소, 유기견을 도살장에 판매
전북 정읍시 위탁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유기견들을 인근 개농장에 팔아온 정황이 드러났다.
전북 정읍시 위탁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유기견들을 인근 개농장에 팔아온 정황이 드러났다.
집 잃은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해야 할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되려 개들을 개도살 농장에 팔아온 정황이 드러났다.

27일 전북 정읍시와 정읍반려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 등에 따르면 정읍시가 2019년부터 유기동물 구조 및 보호, 입양을 위탁해온 정읍 칠보읍 소재 ㄱ동물병원은 보호소에 입소한 개들을 입양 혹은 안락사 처리한 뒤 식용 개 농장에 팔아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서 지급하는 마리당 지원금 12만원을 받기 위해 유기견 수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읍시 위탁 보호소의 실정은 입소 동물의 입양을 돕던 시민들의 제보로 드러나게 됐다. 27일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이사는 “지난 24일 ㄱ 동물병원이 그동안 비공개로 운영해왔던 보호소를 정읍시 담당 공무원과 함께 찾아갔다. 보호소 환경이 여느 개농장보다 열악했다. 좁은 뜬장 한 칸에 서너 마리 개들이 지내고 있었다. 물그릇은 썩어서 이끼가 껴있고, 쥐들이 들끓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세현 이사는 그동안 정읍반려동물단체 회원들과 함께 유기동물 공고를 보고 동물들의 임시보호나 입양 등을 추진해 왔다. 지자체 동물보호소는 유기동물이 입소하면 보호자가 동물을 찾을 수 있도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7일 이상 공고를 내게 되어 있다. 통상 보호소는 10~15일 정도 공고 기한을 두고, 기한 내에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보호소는 일정 기간 보호를 지속하다가 새 반려인에게 입양을 보내거나 안락사를 진행한다.

전북 정읍시가 2019년 1월부터 유기동물보호를 위탁해온 ㄱ동물병원은 보호소를 따로 운영하며 내부를 공개하지 않아왔다. 개농장을 방불케 하는 보호소 내부 풍경.
전북 정읍시가 2019년 1월부터 유기동물보호를 위탁해온 ㄱ동물병원은 보호소를 따로 운영하며 내부를 공개하지 않아왔다. 개농장을 방불케 하는 보호소 내부 풍경.
전북 정읍시 위탁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유기견들을 인근 개농장에 팔아온 정황이 드러났다.
전북 정읍시 위탁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유기견들을 인근 개농장에 팔아온 정황이 드러났다.
김 이사와 시민들은 그동안 공고가 끝난 뒤에도 입양되지 못하거나 안락사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조해 새 가족을 찾아주는 활동을 해왔다. ㄱ 동물병원은 이들이 입양을 중개한 동물은 따로 병원으로 데려다줬지만, 보호소의 위치는 공개하지 않고 자원봉사도 거절해왔다.

이날 시민들이 찾은 위탁 보호소 현장에는 모두 17마리의 개들이 뜬장에 갇혀 있었다. 당시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 상으로는 공고 중인 동물이 15마리, 공고 기간은 끝났지만 보호 중인 동물 16마리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김세현 이사는 “공고 시스템상 있어야 8~9마리가 없는 데다 유난히 덩치가 큰 개들이 없어서 개들이 어디 있는지 추궁하자, 보호소 관리인이 아는 인근 개농장에 팔았다고 실토했다”고 전했다.

보호소 관리자가 개들을 팔아넘긴 곳은 개를 직접 도살하는 농장이었다. 농장에는 새끼 18마리를 포함해 모두 49마리의 개들이 살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살아있는 개들뿐 아니라, 도살 장비와 함께 냉동고 속 개고기도 발견됐다. 농장주는 인근에서 큰 건강원도 함께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호소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상에 유기동물로 등록해 놓은 개체들이 개농장에서 발견돼 시 지원금 부정수급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보호소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상에 유기동물로 등록해 놓은 개체들이 개농장에서 발견돼 시 지원금 부정수급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새벽 현장을 찾은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이미 부패한 2~3구의 개 사체가 현장에서 발견됐고, 냉동 창고서 수십 구에 달하는 지육도 발견됐다. 목에 전기도살의 흔적이 엿보이는 개들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도살이 이뤄진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지사제, 항생제 등 약병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자가 진료 또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개농장에서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어린 새끼들도 발견됐다. 공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보호소에서 개농장으로 넘겨졌거나, 아예 유기동물이 아닌 개체를 시스템에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 채일택 팀장은 “시 지원금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개농장 개들의 사진을 찍어서 돈만 받은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경찰 수사를 통해 더 정확히 밝혀져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7개월 동안 이 위탁 보호소가 처리한 연간 유기견 수는 800~1000여 마리에 이른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유기동물의 판매나 도살, 동물실험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채일택 팀장은 “실제로 정읍시 보호소가 유기동물을 돈 받고 팔아넘겼을 경우 배임과 횡령,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 같다. 개도살 농장은 동물생산업 허가가 없는 불법 농장이었다. 가축분뇨처리법, 축산물위생관리법, 수의사법, 동물보호관리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개농장에서 주로 쓰이는 전기봉을 이용한 개도살을 ‘동물학대’로 보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정읍시 위탁보호소가 유기견들을 판매했다고 밝힌 개도살 농장에서는 이미 부폐한 개의 사체도 여러구 발견됐다.
정읍시 위탁보호소가 유기견들을 판매했다고 밝힌 개도살 농장에서는 이미 부폐한 개의 사체도 여러구 발견됐다.
보호소가 개들을 넘긴 개농장에서는 도살 도구와 냉동고 속 지육상태의 고기가 발견됐다.
보호소가 개들을 넘긴 개농장에서는 도살 도구와 냉동고 속 지육상태의 고기가 발견됐다.
정읍시 축산과 관계자는 “보호소에서 관리 중이던 유기견 22마리와 개농장 개 18마리 등을 긴급구조해 임시 견사에서 보호중이다. 일부 건강이 좋지 않은 개체들은 병원으로 이송해 건강 검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27일 정읍시는 ㄱ동물병원장과 동물보호소 관리자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한 상태다.

정읍반려동물단체 회원들은 정읍시의 관리 소홀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세현 이사장은 “ㄱ동물병원이 위탁을 맡은 지 1년이 넘었는데 보호소가 이렇게 열악한 상태라는 것을 몰랐다는 점은 한 차례도 현장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마리당 지원금만 지급한다고 해서 유기동물 보호가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동물보호는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읍시는 지난해 직영 유기동물보호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도 시민모임과 마찰을 빚어왔다. 정읍시가 총 사업비 20억원을 투입해 짓기로 한 보호시설의 부지가 육견농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현재는 답보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사진 정읍반려동물단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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