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여수 보신탕집에서 구조된 다섯 마리의 개들
씩씩한 럭키 따라 산책 나가서 뛰놀 날 올까
여수 보신탕집에서 구조된 다섯 마리의 개들
씩씩한 럭키 따라 산책 나가서 뛰놀 날 올까
지난 7월 여수 한 보신탕집에서 구조된 개 ‘럭키’. 럭키는 생애 첫 산책에서 넓은 잔디밭에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신났다.
보신탕 집에서 구조된 다섯 마리의 개 럭키는 친구 데이와 함께 구조됐다. 개들은 올해 7월 초복 전까지만 해도 여수의 한 보신탕집 뒤편 1m 남짓한 줄에 묶여 지냈다. ‘개를 때려죽여 탕으로 끓인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보신탕집이었다. 보신탕집 주인 부부는 다른 개들은 뜬장에서 길렀는데, 럭키와 데이만큼은 예뻐하는 눈치였다. 가게 뒤편의 산자락에 개들을 매어놓고 이따금 들여다보는 듯했다.
럭키와 데이는 보신탕집 주인 부부가 예뻐하는 눈치였다. 두 마리는 사람의 손길을 좋아했다.
구조 전 보신탕집 뜬장에 갇혀있던 낭도. 낭도는 사람과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고 공포에 떨고 있었다.
뜬장의 개들은 문밖이 무섭다 “괜찮아, 뭐가 무서워, 이제 괜찮아.” 개들을 어르고 달래는 시간 끝에, 결국 개들을 이동장 안에 넣을 수 있었다. 이동장 안에 들어간 개들은 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이동장 안에서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눈을 마주치는 개들은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듯했다. 겁쟁이 세 마리는 그 날 다섯 시간을 달려 더봄센터의 격리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1차 구조 당시 낭도 모습. 이동장에 들어가는 일도 한참을 어르고 달래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럭키와 데이를 데려온 2차 구조. 얼마 전 만났던 사람들이란 걸 기억하는 눈치였다.
‘고기’ 아닌 개로 살아가는 연습 개들을 보신탕집에서 구조한 지 50일이 가까워간다. 그간 개들은 저마다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오동이와 돌산이는 아직 사람을 무서워하지만, 테라스에 나가 바람을 느끼고 몸을 푸는 것에 익숙해졌다. 견사 구석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얼어있던 모습을 생각하자면 무척 기특한 성장이다. 게다가 오동이는 최근 사람을 보고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게 됐다!
테라스를 사랑하는 낭도의 최근 모습. 사람을 무서워하던 낭도가 이제는 놀고 싶다고 문을 뻥뻥 차대고 짖는다.
데이는 아직 산책이 두렵다. 씩씩한 럭키에 의지해 어서 개로서의 본능을 되찾을 날이 오길 기다려본다.
행복한 뜀박질의 시간 머지않았으면… 용감하고 씩씩한 럭키에게 의지해 데이도 곧 산책하러 나가게 될까. 겁쟁이 오동이와 돌산이, 낭도도 산책하러 나가자고 조르는 날이 올까. 마음껏 뛰고 싶다는 본능이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억압된 개들이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행복하게 뜀박질을 할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개 친구들과 신뢰하는 활동가의 존재를 용기로 삼는다면, 어쩌면 생각보다 그 날은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 글 김나연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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