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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초식’인 줄 알았던 거북의 반전…새끼 새 본능 공략한 ‘7분의 사냥’

등록 2021-08-25 11:24수정 2021-08-28 02:35

[애니멀피플]
인도양 세이셸 제도서 의도적 사냥 첫 목격
숲 복원 뒤 초식동물서 변화 추정
거대한 몸집을 느리게 끌면서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뜯어먹는 초식동물로 알려진 자이언트땅거북이 어린 새를 사냥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애너 조라, 프리게이트 섬 재단 동영상 갈무리.
거대한 몸집을 느리게 끌면서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뜯어먹는 초식동물로 알려진 자이언트땅거북이 어린 새를 사냥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애너 조라, 프리게이트 섬 재단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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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서 느릿느릿 걸어가는 거북은 철저한 초식동물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인도양 세이셸 제도의 자이언트땅거북이 땅에 떨어진 제비갈매기 새끼를 의도적으로 사냥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목격됐다.

저스틴 걸락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23일 치에 이런 관찰 내용을 보고하면서 “땅거북이 칼슘을 섭취하기 위해 다른 동물의 뼈나 달팽이 껍질을 먹는 모습은 여럿 관찰됐지만 의도적으로 새 사냥에 나서 먹기까지 전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자이언트땅거북은 몸무게 417㎏, 등딱지 길이 1.3m에 이르는 대형 파충류로 한때 대양 섬에 널리 분포했지만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와 인도양 동아프리카 해안 쪽 외딴섬인 세이셸 제도의 알다브라 환초와 프리게이트 섬 등에만 살아남았다. 이들은 포유동물이 없는 대양 섬에서 몸집이 커져 생태계에서 대형 초식동물 노릇을 한다.

연구자들은 2020년 7월 30일 오후 5시께 프리게이트 섬의 숲 속에서 ‘느린 포식자’의 사냥 모습을 처음으로 촬영했다. 걸락은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끔찍하면서도 놀라운 모습이었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영상을 보면 등딱지 길이 50㎝의 다 자란 암컷 자이언트땅거북이 통나무 위에 앉아있는 어린 제비갈매기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표적을 향해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땅거북에서는 아주 아주 이상한 색다른 행동”이라고 걸락은 말했다.

통나무 끝에 이르러 새가 입에 닿을 거리까지 접근하자 거북은 입을 크게 벌리고 새를 물려 했다. 새는 날개를 퍼덕이고 부리로 거북을 쪼면서 저항했지만 거북은 입으로 새의 머리를 으스러뜨렸다.

땅에 떨어진 제비갈매기 새끼는 거북이 다가와도 나무를 떠나지 않는다(A). 거북의 공격에 날개를 치고 부리로 쪼며 맞서지만(B) 끝내 거북의 먹이가 된다(C). 애너 조라 외 (2021) ‘커런스 바이올로지’ 제공.
땅에 떨어진 제비갈매기 새끼는 거북이 다가와도 나무를 떠나지 않는다(A). 거북의 공격에 날개를 치고 부리로 쪼며 맞서지만(B) 끝내 거북의 먹이가 된다(C). 애너 조라 외 (2021) ‘커런스 바이올로지’ 제공.

모두 7분에 걸친 이 사냥 장면을 본 연구자들은 거북이 새를 여러 번 사냥해 본 듯했다고 설명했다. 제비갈매기는 나무 위에 둥지를 트는데 땅에 떨어진 새끼는 본능적으로 포식자가 들끓는 바닥을 피한다.

이 때문에 거북이 가까이 다가와도 나무를 떠나지 않다가 잡힌다. 걸락은 “거북이 전에도 사냥에 성공해 어떻게 하는지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이언트땅거북은 소처럼 혀를 길게 내밀어 풀이나 잎을 뜯는다. 그러나 ”새를 사냥할 때 거북은 입을 크게 벌리고 혀는 뒤로 움츠리는 색다른 행동을 나타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세이셸 제도의 자이언트땅거북. 세이셸 제도는 갈라파고스 제도와 함께 지구의 마지막 자이언트땅거북 서식지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세이셸 제도의 자이언트땅거북. 세이셸 제도는 갈라파고스 제도와 함께 지구의 마지막 자이언트땅거북 서식지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왜 프리게이트 섬의 땅거북은 오래 고집하던 초식습성에 더해 육식을 하게 됐을까. 연구자들은 황폐해진 이 섬을 개인 소유자가 생태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숲을 복원하자 수백 년 만에 새와 거북이 함께 늘어난 것이 요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생태 관광지로 복원된 프리게이트 섬의 바다제비. 나무에 둥지를 틀어 번식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생태 관광지로 복원된 프리게이트 섬의 바다제비. 나무에 둥지를 틀어 번식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면적 1.9㏊인 이 섬에는 26만여 마리의 바다제비 등 물새가 둥지 1만 개를 틀어 번식한다. 둥지 아래에는 떨어진 물고기 등 먹이와 죽은 새끼 새가 널려 있다. 섬에는 3000마리에 이르는 자이언트땅거북이 사는데 새끼 새를 먹거나 사냥하려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거북 여러 마리가 새를 사냥하는 것 같다”면서도 “땅에 떨어진 새끼는 어차피 다른 포식자에 잡혀먹히기 때문에 제비갈매기에 끼치는 영향은 없는 것 같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06.08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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