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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사람은 언제 어떻게 ‘꼬리’를 잃었나

등록 2021-09-23 15:26수정 2021-10-01 02:41

[애니멀피플]
단 하나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촉발, 2500만년 전 출현
육상 직립보행에 도움, 무뇌증 등 부작용은 대가
꼬리로 물체를 움켜쥘 수 있는 거미원숭이. 영장류 가운데 사람 등 유인원이 꼬리를 잃은 이유는 오랜 수수께끼다. 게티이미지뱅크
꼬리로 물체를 움켜쥘 수 있는 거미원숭이. 영장류 가운데 사람 등 유인원이 꼬리를 잃은 이유는 오랜 수수께끼다. 게티이미지뱅크

물고기나 도마뱀부터 원숭이까지 꼬리는 척추동물에게 필수 액세서리다. 기능도 다양하다. 치타의 꼬리는 달릴 때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얼룩말 꼬리는 흡혈 곤충을 쫓는 파리채 구실을 한다.

영장류 가운데 아메리카의 신대륙 원숭이는 굵고 긴 꼬리가 나뭇가지를 움켜쥐는 손발 구실까지 한다. 이렇게 중요한 꼬리가 사람을 포함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등 유인원에겐 없다.

찰스 다윈은 1871년 낸 책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서 사람의 꼬리뼈가 다른 동물의 꼬리에 해당하는 흔적기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꼬리가 왜,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오랜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꼬리 없는 원숭이의 진화. 영장류의 역사가 6000만년이 넘지만 꼬리 없는 유인원은 2500만년 전 처음 등장했다. Mya는 100만년 전을 가리킨다. 시아 보 외 (2021) ‘바이오 아카이브’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대 연구자들은 최근 영장류 유전체 해독 프로젝트의 성과를 이용해 이 미스터리 해명에 나섰다. 꼬리 없는 유인원 6종과 꼬리가 달린 원숭이 9종의 디엔에이(DNA)를 비교했다.

들여다볼 표적은 다양한 동물에서 꼬리 발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30여개였다. 그 결과 사람과 유인원에는 모두 나타나지만 꼬리 달린 원숭이들에는 없는 돌연변이 하나를 발견했다.

시아 보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 대학원생 등은 최근 이 연구결과를 정식 출판 전 사전심사를 거치지 않은 온라인 논문공유 서버인 ‘바이오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이 연구결과는 사람과 유인원의 조상에서 꼬리 발생을 억제하는 돌연변이가 일어났고 그 형질을 물려받은 후손이 더 많은 자손을 남기면서 고정된 형질이 됐음을 가리킨다.

사람은 꼬리가 없지만 태아는 4주 동안 꼬리가 발달하다 사라진다. 임신 7주째 태아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람은 꼬리가 없지만 태아는 4주 동안 꼬리가 발달하다 사라진다. 임신 7주째 태아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돌연변이가 일어난 곳은 TBXT란 유전자 중간의 300여 염기쌍으로 이뤄진 부위”라고 밝혔다. TBXT 유전자는 이미 1세기 전 러시아 과학자가 실험동물에 엑스선을 쪼여 기형이 나오는지 살펴본 실험에서 꼬리의 발생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진 유전자이다.

연구자들은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니도록 유전자 조작한 생쥐로 실험한 결과 이 돌연변이가 꼬리를 잃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돌연변이를 지닌 생쥐 대부분은 아예 꼬리가 나지 않았지만 꼬리가 작거나 기형인 것도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사람과 유인원에서 꼬리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단 한 번의 돌연변이로 꼬리가 영원히 사라진 게 아니라 이후 여러 차례의 돌연변이가 추가돼 꼬리 없는 형질이 안정화했다”고 설명했다.

2500만년 전 처음 등장한 꼬리 없는 유인원 프로콘술의 골격 모형. 멸종한 영장류로 동아프리카에서 발굴됐다. 니컬러스 구이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2500만년 전 처음 등장한 꼬리 없는 유인원 프로콘술의 골격 모형. 멸종한 영장류로 동아프리카에서 발굴됐다. 니컬러스 구이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왜 꼬리가 사라지는 진화가 이뤄졌을까. 가장 오랜 6600만년 전 영장류 화석은 잘 발달한 꼬리를 지녔다. 구세계원숭이와 계통이 갈라져 나온 꼬리 없는 유인원이 출현한 것은 2500만년 전이었다.

연구자들은 “유인원이 꼬리를 잃은 것과 이들이 두 발로 직립해 걷기 시작한 시기는 일치한다”고 밝혔다. 숲에서 초원으로 내려와 직립보행을 하면서 꼬리 근육은 골반을 지탱하는 구실을 맡아 밑으로 쏠리는 장기의 무게를 받쳐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오랜 가설에는 문제가 있다. 꼬리는 직립과 함께 거추장스럽다고 떼어버릴 간단한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꼬리를 없앤 돌연변이는 동시에 척추 기형을 불러 신경관 결함 등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신경관 결함은 무뇌증 등을 초래하는 발육성 기형이다. 연구자들은 “2500만년 전 진화적 거래의 대가를 우리는 아직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꼬리 없는 사람과 유인원이 2500만년 동안 살아남은 것은 돌연변이의 대가보다 진화적 이득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연구자들은 “꼬리를 버린 진화적 이득이 얼마나 큰지는 아직 불명확하다”며 “그렇지만 부작용보다 훨씬 큰 것은 분명하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인용 논문: bioRxiv, DOI: 10.1101/2021.09.14.46038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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