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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물고기 ‘고객’ 평판 관리하는 청소놀래기, ‘전략적 속임수’도 쓴다

등록 2021-10-01 16:47수정 2021-10-01 20:01

[애니멀피플] 똑똑한 청소놀래기
영장류 수준 ‘마음 읽는’ 능력 확인…장기 기억, 거울 테스트 이어 마음 이론까지 통과
청줄청소놀래기 한 쌍이 대형 어류의 청소를 하고 있다. 기생충보다는 부드럽고 영양가 많은 물고기의 점막을 떼어먹는 쪽이 좋다. 그러나 그런 속임수를 쓰면 고객이 떠나고 기회를 잃은 짝으로부터 응징을 당할 수 있다. 닉 홉굿,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청줄청소놀래기 한 쌍이 대형 어류의 청소를 하고 있다. 기생충보다는 부드럽고 영양가 많은 물고기의 점막을 떼어먹는 쪽이 좋다. 그러나 그런 속임수를 쓰면 고객이 떠나고 기회를 잃은 짝으로부터 응징을 당할 수 있다. 닉 홉굿,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큰 물고기나 가오리의 몸에서 기생충이나 죽은 조직을 떼어먹는 청소물고기가 상대의 마음을 읽어 전략적 속임수를 쓰는 인지능력을 보유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청줄청소놀래기는 ‘거울 테스트’를 통과해 침팬지 등 영장류와 코끼리, 돌고래, 까치 등과 함께 자기 인식 능력이 있으며 11달 전 일을 장기 기억한다는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붕어 기억력? 놀래기는 11달 전 기억한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청줄청소놀래기. 침팬지나 코끼리처럼 거울 테스트의 모든 단계를 통과했다. 알렉스 조르던 제공.
거울을 들여다보는 청줄청소놀래기. 침팬지나 코끼리처럼 거울 테스트의 모든 단계를 통과했다. 알렉스 조르던 제공.

청줄청소놀래기는 인도양과 태평양,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연안에 분포하는 바닷물고기로 큰 물고기 등의 피부와 아가미에 붙은 기생충과 낡은 피부를 떼어먹는 공생 행동을 한다. 이 물고기가 유명한 것은 단순한 공생을 넘어 속임수와 화해 등 정교한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한 고도의 사회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어류학자 조너선 밸컴의 책 ‘물고기는 알고 있다’를 보면 청소 놀래기는 100마리가 넘는 ‘고객’을 상대하면서 이들을 구별하고 기억하며 기생충보다 영양가가 풍부한 점막을 떼어먹다가 평판이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는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의 공생관계를 “신뢰에 기반을 둔 장기적 관계, 범죄와 처벌, 까다로움, 관중 의식, 평판, 아첨을 포함한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산호초에서 청소 서비스를 받으러 온 고객을 맞는 청줄청소놀래기. 필리프 부르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산호초에서 청소 서비스를 받으러 온 고객을 맞는 청줄청소놀래기. 필리프 부르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남의 눈을 의식하는 이런 행동을 실험으로 확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서린 매컬리프 미국 보스턴대 동물행동학자 등은 이 물고기가 고객 피부의 기생충보다는 맛있는 점막을 떼어먹는 걸 좋아하지만 그러다가는 고객이 중간에 가버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암·수 물고기가 함께 청소할 때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펼쳐진다.

둘 다 자제하면 맛은 덜하지만 기생충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맛있는 점막을 먹으려면 상대보다 먼저 먹어야 한다. 고객이 떠나면 기회가 사라진다.

복잡한 사회적 인지능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청줄청소놀래기. 마티야스 클라이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복잡한 사회적 인지능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청줄청소놀래기. 마티야스 클라이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청소물고기는 이 딜레마를 위계적으로 푼다. 덩치 큰 수컷은 암컷이 기생충 대신 점막을 떼어먹으면 쫓아가서 무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응징한다. 감시 눈초리를 느끼면 암컷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의 통제된 수조에서 다량의 부스러기 먹이(기생충에 해당)와 소량의 통 새우(점막 해당), 투명한 가림 판과 불투명한 가림 판을 이용해 암컷의 행동을 조사했다. 통 새우를 먹으면 바로 먹이통을 치워 버리고(고객 떠남), 이 모습을 본 수컷이 암컷을 응징한다.

그 결과 암컷 청소물고기는 수컷이 안 볼 때 더 자주 속임수(통 새우 먹기)를 썼다. 또 수컷의 응징을 자주 받은 암컷일수록 더 협력적으로 행동했다.

연구자들은 “청소물고기가 영장류의 마음 이론 능력 가운데 몇 가지 특징을 보여주었다”며 “자신의 속임수가 들키지 않도록 불투명한 가림막 뒤를 전략적으로 이용했고, 엄격한 수컷과 함께 있는 암컷일수록 그런 전략적 속임수를 자주 썼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잠수부의 손등에 올라앉은 청줄청소놀래기. 사람을 겁내지 않지만 붙잡혀 목숨을 잃을 뻔한 기억은 11달이나 지속한다. 다니엘 데보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잠수부의 손등에 올라앉은 청줄청소놀래기. 사람을 겁내지 않지만 붙잡혀 목숨을 잃을 뻔한 기억은 11달이나 지속한다. 다니엘 데보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마음 이론이란 감정, 욕구, 믿음, 지식 등 자신과 상대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는 사회적 인지능력을 가리킨다. 연구자들은 “청소물고기는 자기 짝이 무얼 볼 수 있고 볼 수 없는지를 알아챘는데 이는 사람의 마음 이론에서 중요한 능력”이라며 “전략적 속임수를 쓰도록 하는 생태적 압력이 인간과 먼 물고기에게도 놀랄 만큼 복잡한 인간 비슷한 인지능력을 발달하게 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Communication Biology, DOI: 10.1038/s42003-021-02584-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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