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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야생동물도 암 걸린다…초식보다 육식동물에게 더 흔해

등록 2021-12-27 15:29수정 2021-12-30 02:35

[애니멀피플]
191종 11만여 포유류 부검결과 분석, 사망원인 20~40%가 암
초식동물 발병 적어…크고 오래 사는 동물 암 억제 메커니즘 주목
육식동물 특히 다른 포유류를 잡아먹는 동물의 암 사망률이 포유류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동물원 동물 조사에서 밝혀졌다. 매티어스 아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육식동물 특히 다른 포유류를 잡아먹는 동물의 암 사망률이 포유류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동물원 동물 조사에서 밝혀졌다. 매티어스 아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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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마찬가지로 개와 고양이도 암에 걸린다. 그렇다면 야생동물은 어떨까.

동물원에서 병에 걸려 죽은 포유류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암은 포유류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육식동물이 초식동물보다 더 자주 암에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르소야 빈체 헝가리 생태연구센터 진화생태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야생동물이 암에 걸리는지 또 그런 일이 얼마나 흔한지 알기는 힘들다. 질병에 걸린 동물은 굶어 죽거나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에 주로 나이 들어 많이 생기는 암이 사망원인인지 추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슴 등 초식동물의 암 사망률은 포유류 가운데 가장 낮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슴 등 초식동물의 암 사망률은 포유류 가운데 가장 낮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대신 동물원에서 확보한 병에 걸려 죽은 동물의 부검 결과를 포함한 기초자료를 조사했다. 모두 191종 11만여 마리의 포유류에 관한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많은 포유류가 동물원에서 암으로 죽었지만 종에 따라 빈도는 달랐다. 암 사망률(전체 부검 대상 가운데 암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개체수 비율)이 57%로 가장 높은 동물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코와리였다. 육식성 유대류인 이 동물은 제 몸 크기의 쥐를 잡아먹는다.

오스트레일리아 고유종인 육식성 유대류 코와리. 자기 몸 크기의 쥐를 잡아먹는다. 사망원인의 절반 이상이 암이었다. 일리어스 네이덱,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고유종인 육식성 유대류 코와리. 자기 몸 크기의 쥐를 잡아먹는다. 사망원인의 절반 이상이 암이었다. 일리어스 네이덱,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반대로 남미 파타고니아의 설치류인 마라와 인디아영양은 약 200건의 부검에서 단 한 건의 암 발병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포유류의 암 사망률은 20∼40%였다.

암으로 죽은 개체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인디아영양.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암으로 죽은 개체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인디아영양.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눈길을 끄는 건 육식동물의 높은 암 사망률이다. 연구자들은 “육식동물 가운데서도 다른 포유류를 잡아먹는 종의 암 사망률이 특히 높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뭘까. 애초 연구자들은 동물원에서 육식동물 번식에 쓰는 프로제스틴 같은 피임약 등을 의심했다. 이 호르몬 성분은 사람과 고양잇과 동물에게 암을 일으킨다. 그러나 암·수의 발암률이 비슷해 원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발암성 요인으로 알려진 고지방, 저섬유질 식단이 식육목 포유동물의 암 위험을 높이는 주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 육식을 통해 생물에 농축된 발암성 환경오염물질을 섭취하게 된다.

포유류의 분류군 별 암 사망률 비교. 우제류(밑에서 2번째)와 코뿔소 등 기제류(맨 위)가 가장 낮고 육식동물(식육목, 맨 아래)이 가장 낮다. 오르소야 빈체 외 (2021) ‘네이처’ 제공.
포유류의 분류군 별 암 사망률 비교. 우제류(밑에서 2번째)와 코뿔소 등 기제류(맨 위)가 가장 낮고 육식동물(식육목, 맨 아래)이 가장 낮다. 오르소야 빈체 외 (2021) ‘네이처’ 제공.

연구자들은 이와 함께 “생고기를 통해 암을 일으키는 다양한 병원체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암의 10∼20%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 동물원에서의 운동 부족과 자연 생태계와 단절돼 장내 미생물집단이 단조로운 것도 육식동물의 발암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대로 가장 발암률이 낮은 집단은 소, 영양, 사슴 등 발굽 동물(우제류)이었다. 쥐 등 설치류와 영장류도 암 사망률이 낮았다. 이들은 대부분 초식동물이다.

동물의 몸은 수정란이란 세포 하나가 수백만∼수십억 개의 세포로 불어나 자란다. 이 과정에서 원본 유전자의 디엔에이를 복사하는데 이때 생긴 오류가 돌연변이이다.

우리 몸에는 오류를 고치는 장치가 작동하지만 수정되지 않은 오류가 쌓여 암세포가 생겨난다. 덩치가 큰 동물일수록 또 오래 사는 동물일수록 나쁜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따라서 암 발생도 늘어날 것이다.

코끼리와 쥐는 몸을 이루는 세포 수가 수천 배 차이가 나지만 암 발생률은 비슷하다. 이를 페토의 역설이라 부른다. 야틴 크리슈타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코끼리와 쥐는 몸을 이루는 세포 수가 수천 배 차이가 나지만 암 발생률은 비슷하다. 이를 페토의 역설이라 부른다. 야틴 크리슈타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제는 이런 예측이 실제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염병 학자인 리처드 페토는 사람과 쥐의 암 발생을 연구했는데 사람이 쥐보다 세포 수는 1000배, 수명은 30배 길면서도 암 발생률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크고 오래 사는 동물이 암 발생은 그에 따라 커지지 않는 현상을 ‘페토의 역설’이라 부른다. 무엇이 이들의 암을 억제하는지는 의학적으로 큰 관심사이다.

이번 연구에서 포유류의 체중이 2배로 늘어도 암 사망률은 2.8%밖에 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래 사는 동물일수록 암 발생이 늘기는 하지만 암 사망률에서 나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못 미쳤다.

연구에 참여한 카를로 멀레이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페토의 역설이 옳았음을 보여준다”며 “포유류의 몸집이 커지고 수명이 늘어나는 진화는 항암 메커니즘과 함께 일어났을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동물이 어떻게 암 사망률을 억제하는 진화를 이룩했는지 잘 이해하면 몸에는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제거하는 자연적인 항암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1-04224-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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